【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유출 규모가 3000만건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통상 이슈로 번진 상황에서 경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유출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가 특정됐고, 침입 경로도 확인되는 등 수사의 윤곽이 거의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이 파악한 유출 규모는 3000만건 이상이다. 박 청장은 “쿠팡이 밝힌 3000여건과 경찰이 보는 수치는 기준이 다르다”며 “경찰 수치는 계정 기준으로, 각 계정에는 여러 개인정보 항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피의자 조사만 남겨둔 상태로, 조사 이후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다만 핵심 피의자가 외국 국적이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경찰은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 절차를 진행하며, 국내 법에 따른 처벌을 목표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쿠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내부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훼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박 청장은 “쿠팡이 제출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분석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에 대해 출석을 요구한 상태로, 조사를 통해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현재까지 세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아직 조사에 응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아니다”며 “불응 사유와 경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경찰은 자료 보존 명령 위반 의혹,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업무상 과실치사 및 증거인멸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의혹 등 총 7개 사안에 대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조사와 제재 움직임이 부당하다며 통상 문제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 캐피털과 알티미터 캐피털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법 집행을 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개시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도 정부에 전달했다.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압수수색과 제재 가능성 언급 등이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가 훼손됐고, 그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투자사들의 법적 대응과는 선을 그었다. 지난 23일 쿠팡은 “미국 투자사의 중재의향서 제출은 당사의 입장과 무관하다”며 “모든 정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경찰도 ‘차별 수사’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미국 방문 중 “쿠팡에 대한 조치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안에 따른 것”이라며 “차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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