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포함해 세제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확고히 한 것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당장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기보다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극심한 '매물 잠김'(Lock-in) 현상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빙하기'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p, 3주택 이상자는 30%p의 가산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세율은 82.5%에 달한다.
가장 큰 타격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혜택 배제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면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시세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유인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가 확정되자 매도 문의가 끊겼다"며 "급한 불을 끄려던 집주인들도 '차라리 자식에게 증여하거나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과 유예 종료가 다주택자의 매도를 압박해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 경제의 논리는 정반대로 작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지방이나 외곽의 주택은 급매로 처분하더라도, 서울 핵심지(강남 3구, 마용성 등)의 '똘똘한 한 채'는 끝까지 움켜쥐려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폭탄의 파편이 세입자에게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유세(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전세 보증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전환해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주요 학군지와 역세권을 중심으로 월세 가격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막으면, 결국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 강화'와 '원칙 고수'로 굳어짐에 따라, 당분간 시장과 정부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극심한 거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은 급락하기보다 거래가 실종된 채 호가만 유지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규 공급이 부족한 서울 도심의 경우, 매물 잠김이 장기화되면 추후 금리 인하 시그널과 맞물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는 '스프링 효과'가 잠재해 있다"며 "다주택자를 투기꾼이 아닌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정하고, 퇴로를 열어주는 유연한 출구 전략이 없다면 부동산 시장의 동맥경화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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