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자동차·목재·의약품을 상호관세 재편의 핵심 압박 품목으로 묶었다. 관세율 상한을 25%까지 열어두고, 무역 합의 이행 속도가 늦은 국가를 우선 적용 대상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의약품·목재를 상호관세 체계 조정의 중심 품목으로 지정하고, 기존 관세 구조를 재편 범주에 포함시켰다. 상호관세 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하면서, 의회 승인과 입법 절차가 지연되는 국가를 관세 압박의 직접 대상으로 삼았다.
미 행정부도 같은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동맹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의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 대상으로 두고, 관세율 상한·예외·유예를 모두 조정 카드로 운용하고 있다. 관세는 협상 이행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재작동하기 시작했다.
◇‘15% 관세 관리’ 구상…합의 문서 아닌 압박 구조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와 체결된 단일 합의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 고율 관세를 상한으로 설정한 뒤, 이행 정도에 따라 관세율을 조정하는 압박 구조를 다시 가동했다.
이 방식은 트럼프식 통상 전략의 반복이다. 고율 관세를 먼저 올려놓고, 투자 확대·구매 약속·규제 개선을 조건으로 예외를 적용하는 구조다. 이번에도 정치적·산업적 파급력이 큰 자동차·의약품·목재가 협상 지렛대로 선택됐다.
미 행정부는 일부 동맹국에서 의회 승인과 입법 절차가 협상 이행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는 단순한 무역 수단이 아니라, 이행 속도를 조정하는 압박 장치로 재배치됐다.
◇즉시 작동하는 카드와 국회 문턱
관세 압박 국면의 핵심은 행정부 차원에서 즉시 작동하는 카드와, 국회 승인이 필요한 영역의 분리다.
즉각 활용 가능한 영역은 민간 투자와 공급 계약이다. 국내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증설, 고용 확대, 생산라인 이전은 별도 입법 없이도 이행 성과로 묶인다. 미국산 에너지도 민간 장기계약을 누적 구매 방식으로 재구성하면 재정 부담 없이 협상 카드로 사용된다. 비관세장벽 분야에서도 승인 절차 간소화, 심사 적체 해소, 전담 창구 설치는 행정부 권한으로 처리 가능하다.
반면 대규모 투자나 구매를 정부가 사실상 확약하는 구조, 농업·의약·디지털 규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비관세장벽 개선은 국회 승인이나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 지점에서 통상 압박 속도와 국내 정치 일정이 충돌한다.
◇품목별 충격…목재는 즉각, 車·의약은 구조적
관세가 실제로 25% 수준까지 적용될 경우 충격은 가격 전가, 현지 생산 확대, 수출 감소 순으로 나타난다. 다만 품목별 반응 속도와 파급 경로는 다르다.
목재는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관세는 주택·건설 원가에 즉시 반영되고, 착공 감소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다. 대체 공급원 전환도 빠르게 진행돼 한국산 목재 수출 물량은 단기간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는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과 할인 축소, 재고 조정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업 대응은 가격이 아니라 공급망 재편으로 이동한다. 현지 생산 확대와 부품 조달선 이동이 본격화되면 한국 내 생산과 수출 기반은 중장기적으로 흔들린다.
의약품은 변화 속도는 느리지만 영향은 길다. 보험·유통 구조상 가격 전가는 지연되지만, 원료·중간재 등 협상력이 약한 구간부터 부담이 반영된다. 생산기지 전환에는 인증과 시간이 필요해 방향이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KORUS와 상호관세 사이…싸움의 핵심은 ‘시간’
이번 조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의 법적 틀을 즉각 무력화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상호관세를 협상 가속 장치로 운용하고 있고, 한국은 제도 절차를 이유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대응의 우선순위는 관세 철회가 아니라 적용 시점과 범위를 관리하는 데 있다. 전면 유예, 물량 기준 쿼터, 품목별 예외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일정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만 고율을 매기거나, 충격이 작은 품목부터 예외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번 국면의 본질은 관세율 숫자가 아니라 시간이다. 미국은 관세로 이행 속도를 끌어올리고, 한국은 단계적 이행과 유예로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의회 절차와 통상 압박 속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향후 한·미 통상 협상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