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최근 당 안팎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하게 추진해 온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데 이어,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는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고, 검찰개혁을 둘러싸고는 이재명 대통령과 미묘한 기류 차이까지 감지되면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대형 정치 의제를 전격 제안하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흔들린 리더십을 만회하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사·기소 완전 분리' 기조에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다음 날이자,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한 날 합당 제안이 이뤄졌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재적 과반 못 넘긴 1인1표…당내 비토 정서 표출
정 대표는 취임 이후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당내 민주주의 강화'의 핵심 과제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당내 반발 속에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사실상 부결됐다. 지난 12월 5일 진행된 중앙위 투표에서 중앙위원 총 596명 중 373명(62.58%)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1명(72.65%), 반대 102명(27.35%)으로 찬성률은 높았지만, 재적 중앙위원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정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1인 1표제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는 정 대표의 당대표 선거 당시 득표 구조도 다시 거론됐다. 당시 정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42만874표)를 얻은 반면,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6142표)에 그쳤다. 박찬대 후보는 권리당원 33.52%(21만2195표), 대의원 53.09%(6951표)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만들 경우,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정 대표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당내에서 제기돼 왔다.
오는 2월 2~3일 재진행되는 중앙위 투표에서도 1인1표제가 다시 부결될 경우, 정 대표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위원 보선 결과로 드러난 정청래 기반 약화...최종 1위 강득구, 친명 51.33% 친청 48.67%
8.2 전대와 비교해도 정청래-박찬대 득표 당시보다 친명 득표율 크게 앞서...권리당원 차이도 32.52%p 차에서 8%p 차로
정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1인1표제 부결뿐만이 아니라 지난달 11일 치러진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도 겹쳤다.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3명의 당선자는 친명 1명(강득구 의원), 친청 2명(이성윤, 문정복 의원)으로 친청계가 우세했다.
3명을 뽑는 최고위원 보선 결과 2명의 친청계 최고위원을 확보하면서 '정청래 리더십'이 크게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득표율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친청계의 우세로만은 볼 수 없다. 오히려 '정청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강득구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25만8537표를 얻었고, 중앙위원 375표를 더해 최종 득표율 30.74%로 1위를 차지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건태 의원도 중앙위원 245표, 권리당원 17만8572표로 득표율 20.59%를 기록했다.
반면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의원은 권리당원 31만2724표를 얻었음에도 중앙위원 181표에 그치며 최종 득표율 24.72%로 2위를 기록했고, 문정복 의원 역시 권리당원 20만773표, 중앙위원 293표로 득표율 23.95%에 머물렀다.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과 중앙위원 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권리당원 표를 많이 확보한 후보라도 중앙위원 표에서 밀릴 경우 최종 득표율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다.
중앙위원 득표율에서는 친명 강 의원이 34.3% 1위, 문 의원 26.8%, 이건태 의원 22.4%, 이성윤 의원 16.5% 순으로 친명(강득구+이건태) 56.7%, 친청(이성윤+문정복) 43.3%로 친명계가 친청계를 13.4%p차로 앞섰다.
반면, 권리당원 득표율에서는 이성윤 의원이 32.9% 1위, 강 의원 27.2%, 문 의원 21.1%, 이건태 의원 18.8% 순으로 친명 46%, 친청 54%로 권리당원에서 친청계가 친명계를 8%p 정도 앞섰다. 권리당원에서는 친청계가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격차가 8%p 정도였다.
전체 합산 득표율을 보면, 실제 친명계인 강득구·이건태 의원의 최종 득표율 합산 51.33%를 얻어, 친청계인 문정복·이성윤 의원 합산 48.67%보다 2.66%p 높게 나타났다. 최종 득표율 결과 친명계가 과반을 얻어 친청계를 앞선 것이다.
이러한 최고위원 보선의 친명-친청의 득표율 판세는 정청래 대표가 61%를 넘겨 당선된 지난해 8.2 전당대회 득표와 비교해보더라도 친명계가 2.66%p라는 박빙의 차이로 51%의 과반을 얻었다.
8.2 전대 당시 정청래 의원은 61.74%를 얻어 상대후보 박찬대 의원 38.26%를 무려 두배 가까이 23.48%p 차로 앞섰다.
또한 당시 임시전당대회 경선룰은 전국대의원(15%)과 권리당원(55%), 국민선거인단(30%)를 합산한다.
권리당원 전체 누적 득표율에서 정 의원 66.48%, 박 의원 33.52%로 32.52%p 차로 정 대표가 크게 앞섰고, 국민선거인단 득표율도 정 의원 60.46%, 박 의원 39.54%로 20.92%p 차로 정 대표가 앞섰다.
다만, 대의원 선거의 경우, 박 의원 53.09%, 정 의원 46.91%로 6.18%p 차로 박 의원이 앞섰다. 그럼에도 전체 득표율은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선거인단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정 대표가 압승했다.
친청계 기반이 강하다는 권리당원만 보면, 전당대회때 32.52%p차였던 것이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는 8%p차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친명-친청'의 대립구도가 명확했던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지난 8.2 전당대회에 비교해 볼때, 권리당원과 중앙위원 합산에서 친명 후보들의 과반 득표의 약진이 크게 눈에 띄고 전체 합산 1위는 친명 강득구 의원이다. 결국 정 대표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권리당원 표심은 정 대표의 가장 강한 기반으로 평가돼 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가 나온 것이다. 강 의원은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사·기소 '완전분리' 강조한 鄭 vs '예외' 언급한 李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기류 변화도 감지됐다. 정 대표는 그동안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검찰개혁의 핵심 원칙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빼앗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 대표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당 안팎에서는 이를 사실상 검찰개혁 속도 조절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로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2일 정책 의원총회 직후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모두 나왔다"며 "여러 의원들이 대통령 발언과 같은 취지로 의견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1인1표제 부결, 권리당원 표심 변화, 검찰개혁 기류 변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정 대표가 곧바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 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최근 당내에서 흔들린 리더십을 만회하고, 검찰개혁 이슈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합당'이라는 더 큰 정치 의제를 던지며 판을 키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친청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정 대표가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원칙 속에서 세부 방향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합당 제안은 단순한 정당 통합 논의를 넘어, 최근 정 대표의 리더십과 당내 권력 구도 변화 속에서 나온 정치적 승부수로 읽히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범여권 표를 결집시켜 민주당이 확실한 승기를 잡아야만,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연임 구도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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