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추진과 관련해 잇따라 '사전 교감은 없었다'며 선을 긋고 나선 것은, 합당 자체에 대한 찬반이라기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방식과 시점을 독자적으로 선택한 데 대한 거리두기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정청래의 승부수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응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익표 "李 평소 지론…회견은 기사 보고 알아" 강유정 "사전 논의된 바 없어"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 대표가 합당을 전격 제안한 지난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당 통합이나 정치적 통합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 대표의 기자회견과 관련해선 "정 대표를 접견하고나서 청와대로 복귀한 뒤 연락을 받았다"며 "대은 기사를 보고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합당 추진 과정에서 당청 간 사전 논의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브리핑에서 "사전에 특별히 논의된 바 없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안인 만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 19일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에서 합당 논의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공보국은 23일 "당일 만찬에서 합당과 관련한 일체의 발언과 대화가 없었다"며 "정 대표는 합당 제의와 관련하여 대통령과 전혀 논의한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공지했다.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을 두고, 합당 찬반을 넘어 정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 대표의 전격 제안이 당내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지면서 친명계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정 대표로서는 지방선거 국면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CBS라디오에서 "그분(정 대표)의 측근들이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카더라 통신으로 '청와대, 대통령하고 아무 얘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했겠냐. 당연히 얘기했겠지' 이런 식으로 흘린 건데, 청와대의 강력한 요구로 (당 공보국 알림)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23일 SBS라디오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원칙적으로는 (혁신당과) 언젠가는 같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 정도의 말씀을 들은 적 있다"면서도 "'지금 바로 어떻게 추진해 봐라' 이렇게 말씀하신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鄭의 지방선거 주도 선언…李 불편" vs "조국 합류로 당내 긴장…李에 득"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은 지방선거 공천 주도권을 포함해 선거판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그 때문에 친명계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친명계 입장에선 자신들이 실질적인 공천 주도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정 대표가 중간에 끼어서 판을 흔드는 상황을 달가워할 리 없다"고 봤다.
반면 양당 합당이 당과 이재명 정부에 득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대표는 합당 제안 다음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할 각오로 제안했다"며 전당원 토론과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논의 결과가)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당 전체, 당원의 이익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시대 정신인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 성공의 길에 복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 운영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며 "범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국 대표가 합류하면 당내 경쟁과 긴장감이 커져 대선 정국의 판이 커진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수를 보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집권당을 구성하면 국민의힘을 고립시키고 민주당의 개혁 동력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와대가 사전 논의를 부인하는 배경에 대해선 "대통령이 당무에 직접 개입했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공식적으로는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긋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행 논의는 없었더라도, 양당 합당에 대한 공감이나 묵시적 교감은 충분히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