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
금수의 밤>은 권력의 탐욕과 억압 속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한 여인이 끝내 스스로의 죽음을
결심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오며
운명이 전환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주의 시선에서 과거와 현재가 담담하게 흘러가는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인데요.
“천서국의 왕은 참으로 욕심이 많은 사내였다.”
이 한마디는 왕이라는 남자의 본질을 그 무엇보다
명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는 막대한 재화와 드높은 명예는 물론,
타인의 마음과 심지어 충직한 신하의 아내까지도
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탐욕스러운 인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미모를 꼭 빼닮은,
자신이 죽인 이들의 딸마저 원하니,
그야말로 금수만도 못한 자였다.”
이 설명은 왕이 어떤 인간인지,
그리고 앞으로 여주가 마주할 운명이
얼마나 가혹할지를 불길하게 암시합니다.
왕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주의 아버지를 사지로 내몰아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했고, 남겨진 어머니마저
강제로 후궁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어린 여주의 모습이 비춰지고,
곧이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왕이 등장합니다.
“그대의 입궁을 환영하오!
하하,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천진한 아이와 그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이
내뱉는 환대는 이 장면에서 가장 역겨운 대목입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타인의 삶을 짓밟고도
도리어 기쁨을 감추지 않는 그의 태도는
인간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잔혹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어린 여주는 유모의 손에 끌려가며
어머니와 헤어지게 됩니다.
어머니는 왕의 폭력 같은 관심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병이 깊어질수록 시름시름 앓았고,
왕의 발길도 자연스레 끊어졌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에게 복이자 흉이 되었죠.
결국 죽어가면서 사내를 불러달라며
목놓아 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왕이 마지막 은혜랍시고 내린 음혼향은
죽어가는 이도 금수로 만드는 물건이었습니다.
이때 끝까지 사람답게 죽을 권리조차 허락하지 않는
왕의 잔혹함이 너무나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어린 여주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어머니의 곁에서
무너져 울고 있었습니다. 그때 왕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눈물로 엉망이 된 여주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혀를 찼습니다.
“어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이자 효이나,
예쁜 얼굴이 다 망가지지 않느냐.”
그는 가증스러운 위로를 내뱉으며 여주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기괴하게 쓰다듬었습니다.
이어 곁에 선 신하에게 아이의 나이를 물었고,
열네 살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띠었습니다.
“그럼 곧 꽃을 피우겠구나.”
이 장면은 보는 이의 숨이 턱 막히게 할 만큼
역겹고도 소름 끼칩니다.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수가
그 딸의 슬픔을 유희처럼 즐기며, 아직 피지도 않은
어린 생명을 향해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악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더러운 말 속에 담긴 함의를 알아차린 순간,
어린 여주의 얼굴은 형체도 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한 처절한 비명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소리 없이 휘몰아쳤습니다.
‘저 자는 저마저도 금수로 만들고 싶은 듯합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탐욕의 손길을 마주하며,
여주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고요를 깨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장면이 전환됩니다.
바닥에는 물바구니가 엎질러져 있고,
물에 흠뻑 젖은 여주 앞에는 한 여자가 서 있습니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여주를 몰아세웁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제정신이 아니구나.
감히 아바마마가 주신 옷에 더러운 물을 묻히다니!”
여주가 멍하니 올려다보자,
여자는 더욱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악을 씁니다.
“멍청하게 쳐다보는 걸 보니 제 죄도 모르는 게지?
여봐라, 당장 이것의 뺨을 열 대 치거라!”
곧이어 신하의 손바닥이
여주의 뺨을 거세게 내리칩니다.
'경멸 어린 손바닥이 볼을 헤집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우습게도 이런 고통만이 나의 삶을 느끼게 하는구나.
때리고, 찢고, 부숴라. 경멸하고, 무시하고, 하대해라.
차라리 그것들이 나에게 있어 기꺼우니.’
연속되는 구타 속에서 여주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속으로 읊조립니다.
여주는 자신을 향한 학대조차 삶의 증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분이 풀린 듯 차갑게 내뱉으며 자리를 떠납니다.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신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황송하오나 공주마마,
오늘 전하께서 저것을 품으신다 하십니다.”
“저것이 오늘 성년이 되더냐?”
“뭐, 천한 피가 어디 가겠습니까.
제 어미처럼 몸을 팔아 관심을 받으려는 게지요.”
멀어지는 그들의 모욕적인 대사를 들으며
여주는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삼킵니다.
보통의 공주들이라면 축복받아야 할 성년의 날이지만,
그녀에게 오늘은 재앙일 뿐이었습니다.
‘내가 성인이 되는 오늘만을 기다리는 자가 있기에.’
궁으로 돌아온 여주에게 다른 신하가 다가와 묻습니다.
“목욕재계를 했습니까?”
“보면 모르느냐?”
“분명 아침에 궁인을 보내 합궁을 위한
몸치장을 하셔야 한다고 안내드렸을 텐데요.”
그 가증스러운 말에
여주는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립니다.
“어찌 딸이 아비 된 자를 위해
목욕재계를 한단 말입니까! 저는 절대…!”
그러나 신하는 여주의 말을 가로막으며
냉정하게 대꾸합니다.
“이런, 얼굴도 엉망이시로군요. 걱정 마십시오.
이러실 줄 알고 이미 목욕물을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결국 여주는 신하들에 의해 억지로 끌려 들어갑니다.
여주는 저항을 멈추고 속으로 담담히 다짐했습니다.
'어디, 원하는 대로 씻기고 가꾸어봐라.
이리 나를 안고 싶다는데.
그 값으로 당신의 더러운 금침 위에서
혀를 깨물고 죽어줄 테니.
당신은 단 한 순간도
살아있는 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저항은 자신의 생명을 끊어
왕의 욕망을 영원히 좌절시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궁 전체를 뒤흔드는 소란과 함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오랑캐들이 수도까지 쳐들어왔다!”
침공 소식에 눈이 먼 왕과 신하들은
오직 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여주를 버려두고 황급히 도망쳤습니다.
'모두가 도망쳤다.
이 나라에 사는 모두에게 비보인 소식이니, 당연하지.'
나라의 멸망을 알리는 나레이션이 흐르는 가운데,
버려진 여주는 절망이 아닌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녀는 텅 빈 궁궐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이토록 달고 단 당보가 더 있을까?”
모두에게는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재앙이었으나,
여주에게는 지옥 같은 삶을 끝내줄
진정한 구원이었습니다.
성년의 날을 피로 물들이려던 왕의 탐욕은
오랑캐의 칼날 앞에 무너졌고,
여주는 그 잿더미 위에서 비로소 자유를 맛보았습니다.
혼돈 속에서 여주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무너진 궁궐의 잔해 사이로 비치는
그의 존재를 보며 여주는 생각합니다.
“붉은 머리의 신은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이 낭보는 내 앞에 있는 신이 준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만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겼던 그녀에게,
붉은 머리의 이방인은 지옥을 불태우러 온 파괴자이자
자신을 구원할 새로운 신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작품은 한 여인이 모든 것을 빼앗기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다가, 예상치 못한 운명의 변곡점을
맞이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냅니다.
읽는 내내 그녀가 겪는 시련이 가슴 저리도록 슬프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에
터져 나오는 해방감은 더욱 강렬한 전율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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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의 밤>을 감상해 보세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다음 리뷰도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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