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으로 불리는 고 이수현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흘렀다. 그의 이름은 한·일 양국에서 지금까지도 용기와 희생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수현 씨는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8분께 일본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전철역 선로에 일본인 남성 1명이 추락했고, 이를 목격한 이 씨는 다른 시민과 함께 구조에 나섰다. 그러나 구조 과정에서 진입하던 열차에 치이면서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 당시 이 씨의 나이는 만 26세였다.
이 씨는 고려대학교 무역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며, 휴학 후 일본으로 건너가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다. 장래를 준비하던 평범한 유학생이었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그의 행동은 국경을 넘어 큰 울림을 남겼다.
고 이수현 씨 / 유튜브 '엠빅뉴스'
사고 직후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려 한 그의 선택에 일본 시민들은 깊은 감동을 표했다. 일본 정부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감사패와 훈장을 수여했으며, 현지 언론 역시 그의 행동을 집중 조명했다. 이후 신오쿠보 역 일대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고, 그의 기일마다 추모식이 열리게 됐다.
국내에서도 이수현 씨에 대한 추모와 평가는 이어졌다. 정부는 고인에게 국민훈장을 추서하며 그의 희생정신을 공식적으로 기렸다. 또한 그는 제1회 온겨레 화해와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 한·일 우호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 씨의 삶과 희생을 기록한 문화 콘텐츠도 제작됐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한·일 공동 제작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가 개봉해 관객들에게 소개됐다. 해당 작품들은 개인의 선택이 사회와 역사에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는지를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 있는 한일 의인 이수현 씨의 묘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헌화한 꽃이 놓여 있다. / 뉴스1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의 이름은 외교와 시민 교류의 현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일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아 이수현 씨의 묘소를 참배했다. 일본의 전직 총리가 공식 일정 중 고인의 묘를 찾은 것은 그의 희생이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도 기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이수현 씨의 모교인 부산 내성고등학교 역시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측은 교내에 기념비를 세우고, 고인의 행동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 씨의 선택이 용기와 연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이수현 씨의 이름은 여전히 한·일 양국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의 행동은 개인의 순간적인 결단이 사회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씨가 남긴 희생과 용기의 의미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하게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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