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및 캐나다와 헤어질 결심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197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해 왔던 G7이 파국을 맞았다. 20일 다보스포럼 만찬 행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유럽의 경제정책, 국방정책, 기후변화 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분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연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으로, 공급망을 착취할 취약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보호주의를 직격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유럽을 사랑하고 잘되기를 원하지만 지금의 방향은 옳지 않다”며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다. 더 나아가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적이 없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했다고 말하지만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역할까지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장관의 유럽 비하 발언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 전략과 일치한다. 이 보고서는 유럽이 더 이상 ‘유럽답지 않게’ 변해 국가 정체성이 훼손되고 국제적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이민·다문화정책이다. 난민 수용과 개방적 이민정책이 치안, 정체성, 사회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둘째, 규제 정책이다. 개인정보·인공지능(AI)·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디지털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빅테크를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셋째, 초국가 기구 정책이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초국가 기구가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고 국가 주권과 시민의 자유를 훼손하며 정적을 탄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정치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에 반대하는 우파 ‘애국적 유럽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반구를 유럽보다 중시하는 ‘돈로 독트린’에 대한 유럽의 반응은 매우 격앙돼 있다.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EU와 NATO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보복을 천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457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모욕적이고 솔직히 말해 끔찍하다”고 반박했다. 그린란드를 미국에 빼앗길 위험에 처한 덴마크의 연기금 운용사인 아카데미커펜션이 미국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약 1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 포지션을 이달 말까지 모두 청산하기로 했다.
미국의 헤어질 결심을 확인한 G7 회원국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논리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와 다자주의 협력에 합의했다. 카니 캐나다 총리도 16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캐나다산 유채씨에 대한 관세를 상호 인하하고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다음 달 방중해 G7의 균열이 가속화되면 미국은 브릭스를 등에 업은 중국을 홀로 대적해야 하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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