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유독 긴 줄이 늘어선 매장을 자주 보게 됩니다. 줄의 끝에는 어김없이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가 있습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지만 가격은 개당 5000원을 훌쩍 넘습니다. 그럼에도 디저트 카페는 물론 식당, 제과점, 편의점까지 내놓는 족족 품절입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딱 맞는 분위기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헌혈의 집 답례품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두쫀쿠를 받기 위해 헌혈에 나서는 시민들까지 나타나며, 이 디저트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되는 분위기입니다.
두쫀쿠는 피스타치오를 갈아 만든 스프레드 크림과 중동식 얇은 면인 카다이프를 섞은 속을 코코아 가루를 더한 마시멜로로 감싼 디저트입니다. ‘두바이 초콜릿’에 사용되는 재료에서 착안한 상품이지만, 딱딱한 초콜릿 대신 늘어나는 마시멜로를 사용해 쫀득한 식감을 살린 점이 특징입니다. 두쫀쿠는 지난해 10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두쫀쿠 인기를 이끄는 배경으로 이른바 ‘식감 소비’를 꼽고 있습니다. 단순히 맛보다 씹는 재미와 촉감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바삭함과 쫀득함을 동시에 구현한 디저트가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입 베어 무는 장면이나 늘어나는 단면을 강조한 영상이 SNS 알고리즘과 맞물리며 유행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짧고 강한 자극을 선호하는 소비 흐름 속에서 두쫀쿠는 시각적·촉각적 만족을 동시에 제공하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자영업자들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별도의 설비 없이 재료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어 메뉴 확장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부 카페에서는 두쫀쿠를 한정 메뉴나 시즌 상품으로 내세워 객단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디저트 전문점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도 두쫀쿠를 파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다만 유행이 빠른 만큼 ‘짧고 굵게’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옵니다.
유통업계의 대응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를 중심으로 ‘두바이 콘셉트’를 앞세운 두쫀쿠 관련 상품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활용한 ‘두바이식 카다이프 뚱카롱’을 출시했고, CU는 ‘두바이 쫀득 찹쌀떡’을 포함해 관련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CU의 두바이 쫀득 찹쌀떡은 누적 판매량 180만개를 넘어섰습니다. GS리테일은 두쫀쿠 인기에 힘입어 냉장 디저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2%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두쫀쿠 관련 상품 비중은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커리와 카페 업계도 잇따라 가세하고 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두바이 쫀득볼’과 ‘두쫀 타르트’를 선보였고, 던킨과 투썸플레이스 역시 두바이 스타일 도넛과 케이크 제품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두쫀쿠와 두바이 콘셉트를 결합한 디저트가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직접 만들어 먹는 이른바 ‘두쫀쿠 김장’이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김치를 담그듯 친구들과 재료를 함께 구매해 모여서 만들어 먹는 문화가 확산되자, 두쫀쿠 DIY 키트 역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쿠팡과 G마켓에서는 이달 초 관련 키트 판매가 시작됐고, 검색어 순위에서도 ‘두쫀쿠’는 지난해 11월 상위권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도 2월 중순 1만개 한정 DIY 키트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두쫀쿠 유행 이후 이마트에서는 마시멜로 피스타치오 코코아파우더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트렌드 효과가 원재료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두쫀쿠 트렌드가 소비자 취향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분석합니다. 고물가 환경 속에서 비싼 외식 대신 소소한 디저트로 만족감을 얻으려는 심리가 강해졌고, 그 과정에서 맛보다 경험과 재미가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다만 유행의 소진 속도 역시 빨라진 만큼, 자영업자와 식품업계 모두 ‘두쫀쿠 다음’을 염두에 둔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식품 트렌드 특성상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그만큼 피로감도 빠르게 누적될 수 있지요.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흑당, 크로플, 탕후루 등도 유사한 경로를 거쳤습니다. 초기에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서 ‘일상 디저트’ 혹은 일부 마니아층의 소비로 재편된 바 있습니다.
결국 두쫀쿠는 하나의 디저트가 아니라, 지금의 소비 트렌드를 압축한 상징에 가깝습니다. 짧고 강한 경험, 식감 중심 소비, SNS 확산 구조까지 맞물리며 유통과 외식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쫀득한 유행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식감 소비=맛보다 씹는 느낌과 촉감, 시각적 자극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을 뜻한다. 숏폼 영상과 SNS 확산 구조와 결합해 식품 트렌드를 빠르게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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