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선우 공천헌금 이어 강서구청장 '출마 로비' 의혹 넓혀…도피성 행보 후 수사협조
'구속 모면·징계 회피' 전략적 포석 시각도…시의회 "꼼수" 윤리특위 내일 예정대로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정수연 기자 = 공천헌금 의혹에 이어 서울 강서구청장 출마 로비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의원은 26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오늘 시의회 의장에게 시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논란이 된 강선우 의원 측에 대한 1억 원 공여 사건과 관련하여,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의 불찰이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금전 문제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저는 시민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시민 여러분께 깊은 실망을 안겨드린 점,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의원직 사퇴로 그 책임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로비 의혹 및 가족기업 논란 등 여타 사안과 관련해선 언급이 없었다.
김 시의원은 "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이어질 모든 수사와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어떠한 숨김도 없이 진실을 밝혀 저의 잘못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김 시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공천을 염두에 두고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공천 헌금 제공을 모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경찰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김 시의원과 전직 시의회 관계자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가 향후 경찰 구속 시도에 대비한 포석이자 시의회 징계를 회피하려는 의중도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김 시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기존의 강 의원에 대한 공천헌금 제공에서 더 뻗어나가 강서구청장 출마 로비 의혹, 중앙당 차원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이른바 줄대기 시도 의혹으로까지 퍼진 상태다. 공직을 내려놓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낮추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을 면하고 향후 재판에 가서도 법원의 양형에서 유리한 요소로 재판부의 참작을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시의원의 경우 경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 조사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해 11일 만에 돌아왔으며 체류 기간에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에서 연거푸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증거 인멸 의심 정황이 노출된 바 있다.
사용하던 PC도 초기화돼 이미 내용이 지워진 '깡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용 노트북과 태블릿은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다가 김 시의원이 나중에 임의제출했다.
이후 김 시의원의 전 정책지원관이 사용하던 PC를 경찰이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김 시의원과 관련한 녹취 100여개가 담겨 있으며, 일부는 공천과 관련한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당초 서울시의회는 27일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를 열어 김 시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윤리특위 개최 직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이른바 '꼼수 사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직은 제명과 달리 징계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제89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본회의 의결로 소속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으며, 폐회 중에는 지방의회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현재는 회기 중이 아니어서 최호정 의장이 사직서를 수리할 경우 김 시의원은 즉각 의원직에서 면직된다. 그러나 최 의장은 직권으로 사직서를 수리할지 아니면 윤리특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로 징계할지를 두고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리특위 관계자는 "예정대로 27일 오후 5시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특위 위원들은 지방자치법이 정한 징계 수위 중 가장 높은 '제명'을 의결해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회는 현재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제명이 확실시된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제명 직전 사퇴는 시민을 기만하는 비겁한 도주이자 '꼼수 탈출'"이라며 "각종 비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시의회의 강제 퇴출 절차가 임박하자 '제명 의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만은 피해 보겠다는 심산으로 뒤늦게 사퇴서를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명을 하루 앞두고 던진 사퇴는 진정성 있는 사죄가 아니라 유불리를 저울질하며 선택한 전략적 ''꼼수 탈출'"이라며 그가 지난해 9월 '당원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 탈당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동안 그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증거를 인멸하며 4개월 가까이 의석을 붙잡고 버텨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퇴는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고 이제부터는 법의 이름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김 시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더불어민주당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윗선 등 성역 없는 수사, 민주당의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readiness@yna.co.kr,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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