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춘천)=류정호 기자 | ‘배구 불모지’ 춘천이 하루 동안 V리그의 중심이 됐다.
25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은 단순한 이벤트 경기를 넘어, 프로배구의 외연 확장을 시험한 현장이었다. 2871석 전석 매진. 미판매석은 21석에 불과했다. 영하 15도에 달하는 맹추위 속에서도 체육관 안팎은 경기 시작 전부터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이번 올스타전은 여러모로 상징성이 컸다. 지난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행사가 취소된 뒤 2년 만에 재개된 데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제외한 ‘비연고·무구단 지역’에서 열린 올스타전이었다. 춘천을 포함한 강원도 개최도 처음이다.
경기 전부터 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 개장 시간인 정오 이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외부에 마련된 푸드트럭존과 포토존, 올스타전 기념상품을 판매하는 ‘코보 마켓’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스타 본 행사를 하루 앞둔 24일 열린 사전 행사에서도 선수들과 팬이 함께하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축제의 분위기를 달궜다. 본 경기는 K-스타와 V-스타의 맞대결로 진행됐다. 1세트는 남자부, 2세트는 여자부 경기로 구성됐고, 세트당 21점을 선취하면 종료되는 올스타전 방식이 적용됐다. K-스타는 V-스타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제압했다.
승패보다 주목받은 것은 ‘올스타전다운 장면’들이었다. 김우진(삼성화재)의 댄스 세리머니, 김진영(현대캐피탈)이 신영석(한국전력)의 어깨 위에 올라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남자부 경기에는 여자 선수들이, 여자부 경기에서는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며 올스타전의 본래 취지를 살렸다. 코트 밖에서도 의미 있는 장면이 이어졌다. 은퇴 후 배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배구 인기에 기여한 김연경을 비롯해 김요한, 신진식 전 감독이 감사패를 받았다. 김연경은 시상 순간 체육관을 가득 메운 환호 속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번 춘천 올스타전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장소’에 있다. 춘천은 엘리트 배구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도, 프로 구단이 자리한 도시도 아니다. 강원도 내에서도 배구 기반은 영동 지역에 치우쳐 있다. 그럼에도 V리그는 춘천을 선택했다.
배구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V리그는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 리그로의 확장을 꾸준히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개막 전 KOVO컵을 비연고지에서 개최하고, 구단의 연고 이전과 지역 밀착을 병행해 온 흐름 속에서 올스타전 역시 ‘팬 베이스 확장’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안고 있다. 호반체육관의 규모와 무관하게 강원도에서 올스타전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문화, 체육 행사에 대한 갈증이 큰 춘천시 입장에서도 이번 올스타전은 반가운 이벤트였다.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서는 등 ‘체육 도시’를 표방하는 춘천에 전국 단위 프로스포츠 행사가 안긴 상징적 효과는 적지 않다.
하루의 축제가 곧바로 지역 연고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2871명의 관중이 증명했듯이 배구를 직접 보고 즐길 준비가 된 팬층은 분명 존재했다. V리그는 춘천 올스타전으로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실험했고, 적어도 흥행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에 가까웠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