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국민 생명, 실험대상 아냐”…철회 강력 촉구
식약처의 강화된 임상평가를 거친 혁신적 의료기기는 이제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시장에 즉시 진입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본래 새로운 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의료현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기기 허가 단계에서 식약처의 강화된 임상평가를 거친 의료기술은 이 절차 없이 보다 빨리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부터 위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를 도입·시행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간 우수한 의료기술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평가를 유예하는 제도 등을 도입한 바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평가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우수한 의료기술을 조기에 시장에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밝혔다.
이번 개정에 따라 국제적 수준의 강화된 임상평가를 거친 새로운 의료기기를 활용한 신의료기술은 별도의 평가를 거치지 않고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최장 490일 소요되던 진입기간을 최단 80일까지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시장 즉시진입 대상 품목은 디지털의료기기 113개 품목, 체외진단시약 83개 품목(체외진단장비, 1등급 신고, 동반진단 및 개인용 시약, 정도관리물질 제외), 자동화시스템로봇수술기, 로봇보조정형용운동장치, 전동식외골격장치 등이다.
또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사용에 따른 비급여 남용을 방지하고 환자 부담 경감 등을 위해 필요하면 즉시진입 사용기간 중에도 복지부장관 직권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다.
하지만 정작 혜택을 봐야 할 환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 제도는 의료기기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은 ‘보건 행정의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하며 제도의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혁신기술이긴 하지만 식약처의 허가만으로 평가 없이 현장에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안전장치 없는 차량을 도로에 내보내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또 비급여 남용을 위한 조항이 있어도 오히려 로봇수술 등 고가의 의료기술이 현장에 진입하면 환자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AI와 로봇기술 등은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해 아직 연구 중인 분야로 자칫 하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도고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490일의 검증기간 또한 규제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위한 보호장치라는 것이다.
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정부는 산업논리에 매몰돼 환자의 생명권을 팔아넘기는 제도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혁신기술일수록 더욱 엄격한 임상평가와 안전성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신의료기술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확대로 환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행위를 중단하고 공공의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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