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월 만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연장 불가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자산 이전 시계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흐름이 재현되면 매물 출회를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 건수는 총 849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6549건) 대비 29.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증여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지난달에는 월간 기준 1054건을 기록해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1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전월(718건)보다 47% 이상 늘어난 것이며 3년 만에 최대치다.
증여 증가는 세제 규제 강화 시 부담이 큰 강남권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 건수는 187건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318건으로 한 달 새 70%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난해 증여 급증이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부동산·세제 정책 기조에 자산가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일시적으로 유예되긴 했지만 일몰 구조가 유지된 데다 가족 간 저가 매매 등 우회 거래에 대해서도 12% 취득세율을 적용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도와 보유, 저가 이전 모두에서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덜하고 자산을 자녀 세대로 이전할 수 있는 증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며 지난해 서울을 중심으로 증여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과 25일 SNS를 통해 “5월 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자 시장에서는 지난해와 유사한 선택이 반복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유예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미뤄왔던 다주택자들이 만기 시점이 확정되면서 증여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세제 구조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3주택자 기준 양도세 중과세율은 최고 82.5%에 달해 양도 차익 대부분이 세금으로 환수되는 반면 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상대적으로 낮다. 증여를 통해 자산을 이전받은 수증자가 10년 이후 부동산을 매각할 때 증여 당시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차익을 산정해 향후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는 유예됐을 뿐 폐지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자산가들이 선제적으로 증여에 나서며 서울 지역 증여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연장 불가를 못 박으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5월 만기 이전까지 저가 이전이나 증여 방식을 통한 자산 이전이 다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강화가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보다는 증여라는 퇴로를 자극해 주택 자산에 대한 세대 간 이전과 고착화를 가속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취지와 달리 공급 위축과 자산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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