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는 러시아와 중국에 이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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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는 러시아와 중국에 이익이 될까?

BBC News 코리아 2026-01-26 16:23: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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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깃발과 푸틴, 트럼프, 시진핑의 사진
Getty Images/BB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덴마크의 준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장악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이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방어해야 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그린란드의 이웃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러 관측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를 향한 이 같은 야망과, 이를 관철하고자 무력 사용이나 관세 부과까지 언급하는 협박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소 짓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유럽정책센터(EPC)'의 마리아 마르티시우테 분석가는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이 행운이 믿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동맹체가 내부의 가장 강력한 회원국으로부터 분열되고 위협받는 상황은 이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 …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손에 유리한 패를 쥐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야망을 잠재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대만을 분리된 지방으로 간주하며, 궁극적으로 자국의 통제 아래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에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 신나게 즐기고 있을 것"이라며 "동맹국들 간 분열로 이익을 보는 쪽은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다. BBC의 세르게이 고랴슈코 기자와 토니 한 기자가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와 유럽 간 갈등을 실제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분석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의 반응은?

세르게이 고랴슈코, BBC 러시아어 서비스

지난 22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의 푸틴 대통령
EPA/Shutterstock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드러낸 그린란드 인수에 대한 관심은 팽창주의적 사고의 놀라운 부활을 보여준다. 그 어조와 논리는 과거 크림반도 병합을 정당화하던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이 한때 덴마크에 선물한 땅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선물로 넘겨진" 곳이라는 구소련 시절 논리와 닮아 있다. 또한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이를 손에 넣을 것"이라는 표현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어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현재까지 러시아 측의 반응은 눈에 띄게 절제된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상황을 보드게임에 비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린란드를 사들일만한 돈이 충분하다는 농담을 던지긴 했으나, 이번 사안은 "러시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경우 크림반도가 자국 안보에 중요한 만큼 그린란드가 미국 안보에 중요하다며 신중하게 비유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은 피했다.

실제로 크렘린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표현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침묵 자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첨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만큼, 이 상황에서 크렘린궁이 칭찬하고 나섰다면 이는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서방 동맹국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며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문제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왜 러시아는 이토록 자제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러시아의 동맹국을 공격했다는 점이나, 미국이 그린란드를 가져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바우노프 분석가의 설명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에 러시아는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러시아는 이 미국 대통령의 "상대를 가리지 않는 파괴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 또한 기존 세계 질서를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가 불만을 품어온 바로 그 질서다. 그런데 만약 그 질서가 완전히 붕괴한다면, 러시아는 이제 무엇에 맞서 반대하며, 또 어떤 근거로 자신들의 야망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 크렘린궁은 경계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의 반응은?

토니 한, BBC 글로벌 차이나 유닛

지난해 12월 촬영된 시진핑 주석의 모습
Getty Images

그린란드를 손에 넣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망에 대해 중국 당국은 미국을 향해 각 지역의 영토 보전성과 정치적 독립을 존중해야 한다는 UN 헌장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언론사들은 유럽이 현재 직면한 전략적 딜레마를 보다 더 노골적으로 지적한다. 국영 CGTN 방송은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은 다른 NATO 회원국들에 대한 심각한 배신이자, 이 동맹체의 "사실상 분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U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 소속 호세-이그나시오 토레블랑카 연구원은 BBC 글로벌 차이나 유닛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서양 동맹의 분열 혹은 약화는 분명 중국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유럽이 미국에 더욱 맞설수록 중국의 전략적 동맹국인 푸틴의 생존 확률도 더 커집니다. 또한 미국과 대립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맞서 혼자 방어해야 한다면 태평양에서 미국의 요구를 따르려는 유럽의 의지는 말라버릴 것입니다."

한편 중국의 논평가들은 자국의 북극 활동을 위협으로 묘사하려는 미국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북극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하에 북극의 과학적, 경제적, 전략적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 얼음에 갇혀 있던 지역들에 대한 접근이 점차 용이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출발해 새로운 북극 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첫 선박이 영국 동남부 펠릭스토우 항구에 입항했다.

그린란드는 그동안 중국 기업들의 꾸준한 관심 대상이었다. 그러나 하버드대 '벨퍼 과학 및 국제 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그린란드에서 제대로 된 발판을 구축하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중국 국영 대형 건설사는 그린란드 공항 인프라 확장 사업 수주에 나섰으나,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자 덴마크 정부가 해당 공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해당 중국 기업은 입찰을 철회했다.

그린란드의 또 다른 주요 전략적 자산은 풍부한 광물 자원이다. 특히 국제 사회의 관심은 크바네피엘드와 탄브리즈 희토류 광물 매장지에 집중되고 있다.

희토류는 스피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항공기용 고성능 부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요 산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필수 자원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희토류 채굴 및 가공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그린란드 희토류 매장지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이러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그린란드 광물 매장지 지분을 확보하고자 움직였으나, 공항 인프라 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장벽에 부딪혀왔다.

중국 '성화자원유한공사(셩허 리소스)'는 크바네피엘드 프로젝트에서 2번째로 큰 지분을 확보했으나, 그린란드 정부가 우라늄 채굴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현재는 생산을 중단했다.

한편 탄브리즈 매장지 개발 프로젝트는 뉴욕에 본사를 둔 '크리티컬 메탈스'에 돌아갔는데, 앞서 미국 당국이 이전 소유주에게 중국 기업에 매각하지 말라고 로비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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