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이하의 기록적인 한파가 수 일째 계속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강추위에 유동 인구가 급감한 탓이다. 상인들은 고물가 시대에 한파라는 계절적 악재까지 겹치자 소비 심리가 완전히 위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주(1월 마지막주)에도 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고된 만큼 전국 각 지역 골목상권의 경제적 피해 또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님 대신 찬바람만"…나물 할머니, 붕어빵 아저씨 시름 키우는 '가혹한 한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발표한 '2025년 12월 경기 동향(BSI)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2026년 1월 전망 BSI는 76.1, 전통시장은 69.7 등으로 전월 대비 각각 7.1p, 11.1p 하락했다. BSI는 사업체가 체감하는 현재 및 미래 상황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한 경기 예측 지표다. 지수가 100 초과면 호전, 100 미만은 악화를 의미한다. 소상공인들이 1월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이유로 '경기 악화 요인(71.7%)'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전통시장도 경기 악화 요인(70.4%)이 1위를 차지했다.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기온이 급감하면서 경기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통상 날씨가 추우면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려 오프라인 매장들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 쇼핑몰 등에 비해 날씨 영향이 더욱 크다 보니 한파 피해 또한 더욱 큰 편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상의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르데스크가 직접 찾은 전통시장은 이미 한파 피해가 재앙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남성사계시장에서 의류 점포를 운영 중인 홍영문 씨(남·64세)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계속되니 시장 골목에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예년 같으면 날씨가 추우면 보온성 내복과 같은 방한용품이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추워도 너무 추우니 아예 사람들이 나오질 않는다. 아무래도 올해 겨울 장사는 망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장 내부에 좌판을 깔고 나물장사를 하는 최순옥 씨(여·85세)는 "날이 워낙 춥다 보니 시장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좌판에 내놓은 나물도 자꾸 얼어서 뜨거운 물로 녹이기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여든이 넘은 나이에 뼈마디가 시리는 강추위를 견디며 좌판을 지키고 있는 데 날씨마저 도와주질 않으니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철 전통시장의 활기를 책임지던 '국민 간식' 붕어빵 매대도 매서운 한파는 피해가지 못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남성골목시장 입구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강철수 씨(52·남·가명)는 "적당히 추워야 오가는 손님이라도 있는데 이건 거의 발길이 끊긴 수준이다"며 "빵이 식지 않게 계속 불을 때다 보니 버는 돈 없이 가스비만 줄줄 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유독 가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말순 씨(여·58세·가명)는 "날이 너무 추우니 뽑아놓은 가래떡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딱딱하게 굳어버린다"며 "손님들께 말랑한 떡을 드리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 찌고 열기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가스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설 연휴가 와서 1월의 매출 손실을 명절 특수로 메우고 싶은 마음이 꿀뚝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한파가 장기화될 경우 소상공인들은 재고 처리와 운영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생계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성 지원도 중요하지만 겨울철 난방비 지원, 에너지 효율화 시설 개선 등 소상공인의 고정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밀착형 행정 지원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록적인 한파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를 넘어 소비자의 물리적 이동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골목상권의 생태계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전통시장은 대형 유통시설에 비해 냉·난방 인프라가 취약해 상인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지출하는 에너지 비용이 매출 대비 과도하게 발생하는 구조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와 같은 보편적 지원책 외에도 혹한기 한정 에너지 바우처 지급 확대 등 상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비용 절감 대책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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