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과 LG생활건강, 오리온 등 유통가 주요 기업들이 서울 핵심지로 잇따라 본거지를 옮기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사옥 이전을 넘어 3세 경영 본격화와 수장 교체에 따른 조직 쇄신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경영 재편'과 맞물린 행보로 분석된다.
가장 상징적인 행보는 26일 명동 ‘남산N타워’로 첫 출근을 시작한 삼양식품이다. 이번 이전은 1997년 성북구 하월곡동 사옥에 터전을 잡은 지 약 28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 이후 사세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공간 확보가 시급해진 점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삼양식품 임직원 수는 2015년 1107명에서 지난해 기준 2390명으로 10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명동 시대' 개막은 삼양라운드스퀘어 3세인 전병우 전무의 경영 전면 등장과도 맞닿아 있다. 명동은 김정수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를 얻은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전 전무는 브랜드 탄생 비화가 깃든 이곳에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지하 6층~지상 15층 규모의 신사옥에 그간 분산돼 있던 주요 계열사 인력까지 통합 수용해 조직 간 시너지를 높이고 글로벌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 역시 15년간 지켜온 광화문을 떠나 이르면 오는 3월 서울역 인근 ‘LG서울역빌딩’으로 둥지를 옮긴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광화문에서 나온 직원들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임시 사무실을 사용하며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전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70년대생 여성 CEO’ 이선주 대표 체제 아래 이뤄지는 첫 번째 대대적 환경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옥 이전을 기점으로 흩어진 인력을 결집하고 조직 분위기를 반전시켜, 중국 사업 부진 등 실적 악화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e커머스 강자 쿠팡도 본사 이전을 본격화한다. 쿠팡은 현재 송파구 잠실 타워730에서 광진구 자양동의 ‘이스트폴타워’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다. 이미 건물 외벽에 간판을 내건 상태로, 이르면 내달부터 순차적 이전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물류 인력 급증으로 약 7000명 규모에 달하는 조직을 수용하기 위한 결정이다. 다만 최근 보안 이슈 등 내부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 이전 방식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1960년대부터 용산구 한강대로에 터를 잡았던 ‘용산 토박이’ 오리온은 오는 4월 준공, 5월 입주를 목표로 강남구 도곡동 신사옥 막바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준공 70년이 넘은 기존 용산 사옥의 노후화와 낮은 부지 활용도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오리온은 옛 ‘마켓오 도곡점’ 부지를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의 복합 업무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사무 공간은 물론 연구개발(R&D)센터와 교육시설까지 집약할 예정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 기업들의 사옥 이동은 사세 확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사무실 공실이 늘어나면서 과거와 비슷한 비용으로 더 좋은 입지와 조건을 갖춘 물건으로 옮겨가는 ‘갈아타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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