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인간 존엄성 말살 범죄"…변호인 "형 범죄 계부가 뒤집어써"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검찰이 중학생인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부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A(41)씨의 아동학대 살해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이 사건은 부모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녀의 인간 존엄성을 말살한 범죄"라면서 피고인을 중형에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는 "우리 사회가 학대로 고통받는 어린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뉘우치기는커녕 피해자의 형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변호인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증거 중심주의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분명한 진실은 큰형이 동생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은 가정을 지키려는 그릇된 부성애로 큰형의 범죄를 대신 덮어쓴 것"이라며 "검찰은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지자 항소심에서 증명되지 않은 별개 사실을 끌어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앞두고 "제가 많이 떨릴 것 같아서…글을 조금 써왔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한 뒤 A4용지 2장 분량의 진술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 재판이 제 인생 전부를 평가하지는 않지만, 재판의 결과는 제 남은 인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남아있는 가족과 (숨진) 둘째에게 진실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첫째를 지키기 위해 잘못된 선택으로 다른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준 걸 반성하고 후회한다"며 "저는 어리석고 오만하게도 제가 첫째를 대신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해 수사와 1심 재판에 혼선을 줬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영원할 것 같았고 영원을 약속했던 아내와는 연락이 끊겼고 한땐 치를 떨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제 탓"이라며 "둘째를 지키지 못한 걸 죽는 날까지 반성할 테니 진실을 꼭 밝혀서 저에게 합당한 책임만을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검사는 이날 변론 종결을 앞두고 아동학대 살해 혐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 치사 혐의 등을 추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변호인은 이를 불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실체적인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공소장 변경을 불허할만한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검사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익산시 자택에서 중학생 의붓아들인 B군을 여러 차례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집에 있던 계부와 형을 추궁했고 이 둘은 모두 "내가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형은 "나는 때리지 않았다"고 말을 바꿔 계부만 1심 법정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항소심에서 "진범은 내가 아니라 B군의 형"이라 주장하면서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한 무죄를 다투고 있다.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2월 1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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