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서면 한 번쯤 멈칫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다 마신 우유팩이나 두유 팩이다. 종이에 넣어야 할지, 따로 모아야 할지 헷갈린다. 대부분은 그냥 폐지와 함께 버린다. 전용 수거함이 없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로 모으자니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 불편한 장면이 올해부터 달라진다. 공동주택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 설치가 의무화된다. 여기에 해외 직구 플랫폼에도 재활용 책임을 묻는 방안이 추진된다. 생활 속 분리배출 기준 전반이 바뀌는 셈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늘(26일) ‘2026년 자원 순환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재활용 품질을 끌어올리고 책임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방향이다. 집 앞 분리수거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하나씩 살펴본다.
아파트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 의무 설치
올 상반기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설치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지침’을 개정해 종이팩을 별도로 모으는 체계를 본격 도입한다.
지금까지 종이팩은 대부분 일반 폐지와 섞여 배출됐다. 문제는 이후 재활용 과정에서 드러난다. 우유팩과 멸균팩은 고급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휴지나 고급 종이 제품으로 다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폐지와 섞이면 오염이 심해지고,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작년 기준 종이팩 전체 재활용률은 19%에 그쳤다. 특히 두유나 주스에 쓰이는 멸균팩은 재활용률이 3% 수준이었다. 100개 가운데 97개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셈이다.
정부는 전용 수거함 설치와 함께 전용 수거 봉투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종이팩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뒤 접어서 배출하면 된다. 일반 폐지와 섞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분리만 제대로 이뤄져도 재활용 품질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일회용 컵부터 해외 직구까지, 기업 책임 넓어진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관리도 강화된다. 일회용 컵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이른바 EPR 대상에 포함된다. 컵을 만든 업체나 수입업자가 일정량을 직접 회수해 재활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자체가 수거와 처리를 떠맡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컵을 만들어 이익을 얻는 쪽이 처리 책임도 함께 지는 방식으로 바뀐다. 카페 매장에서 회수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해외 직구로 늘어난 포장 쓰레기도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제조·수입업자만 의무를 지고 있어 해외 직구 물량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부는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급증하는 직구 포장 폐기물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해외 플랫폼도 포장재 감축이나 재활용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태양광 패널, 미래 폐기물까지 관리
첨단 산업에서 나오는 폐기물 관리도 함께 손질된다. 통신사와 협력해 사용이 끝난 서버와 중계기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시범 사업이 추진된다. 버려지는 장비를 다시 자원으로 돌려쓰는 구조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빠르게 늘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해서도 별도 관리 방안이 마련된다. 배터리 특성에 맞춘 수거와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수명이 다한 태양광 패널도 관리 대상이다. 패널에서 고순도 소재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이 진행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런 내용을 종합해 향후 10년간의 방향을 담은 ‘제1차 순환경제 기본계획’을 올해 안에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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