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4배 차이…서울은 폭주, 지방은 정체 '초양극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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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4배 차이…서울은 폭주, 지방은 정체 '초양극화 시대'

폴리뉴스 2026-01-26 15:06:16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아파트 시장은 단순한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극단적인 구조로 재편됐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사이의 격차가 14배를 넘어서며, 같은 나라 안에서 전혀 다른 주택 시장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서울 핵심 지역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반면, 비수도권 다수 지역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집값이 '전국 평균'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설명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상위 20% 평균 가격과 하위 20% 평균 가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14.45로 집계됐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약 13억4000만원, 하위 20%는 9000만원대였다. 같은 '아파트'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자산 격차는 이미 중산층과 초고가 자산의 영역을 넘어선 수준이다.

해당 지표는 연초부터 꾸준히 확대됐다. 1월 12.80이던 배율은 봄을 지나면서 13배를 넘어섰고, 하반기에는 서울 주요 지역 집값 상승이 본격화되며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졌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되지만, 그 회복은 철저히 특정 지역과 특정 가격대에 집중됐다. '모두가 함께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상단만 폭등하는 시장'이었던 셈이다.

서울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극명하다. 서울의 5분위 배율은 7배를 넘겼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이 약 29억 원대, 하위 20%가 4억 원대에 머무르며 서울 안에서도 주거 자산의 계층화가 뚜렷해졌다. 특히 강남 3구와 한강 벨트로 불리는 지역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송파, 성동, 서초, 강남, 마포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상단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투자 수요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울 핵심 지역은 교통, 학군, 직주근접성, 개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기에 희소성까지 더해지면서 자산 안전판 역할을 하는 고가 주택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강화됐다. 금리, 경기, 정책 변수와 상관없이 "서울 핵심지는 결국 오른다"는 기대가 시장을 움직인 것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거나 보합권에 머물렀다.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약화, 신규 공급 부담이 겹치며 수요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서울이 약 9%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비수도권 전체는 오히려 소폭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격차는 단순한 지역 차이가 아니라, 주거 자산이 '성장 자산'과 '정체 자산'으로 분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간 통계에서도 흐름은 동일하다. 전국 기준 5분위 배율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했고, 서울 역시 격차 확대가 뚜렷했다. 특히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0억 원을 훌쩍 넘어서며 고가 주택 시장이 사실상 독립적인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한 개의 시장이 아니라 여러 개의 시장으로 쪼개지고 있다"고 말한다. 고가 주택은 글로벌 자산처럼 움직이고, 중저가 주택은 지역 경제와 인구 구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자산 격차는 단순히 집값 차이를 넘어, 세대 간·지역 간 자산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서울 안에서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과 비강남, 한강 접근성과 비접근 지역, 신축과 구축의 차이가 겹치면서 같은 서울 시민이라도 주거 자산의 체감 온도는 완전히 다르다. 상승 지역에서는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커지고, 침체 지역에서는 "사도 오르지 않는다"는 체념이 확산된다. 이는 시장의 거래 구조 자체를 왜곡시키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이런 초양극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 핵심 지역의 상승은 주변 지역으로 파급되며 다시 가격 격차를 키우는 구조를 반복해왔다. 압구정, 잠실 등 상징성이 강한 지역이 먼저 오르고, 그 다음 인접 지역과 한강 벨트, 이후 서울 전반으로 확산되는 패턴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 평균 지표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위 시장만 과열되고 하위 시장은 더욱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정부 정책 역시 쉽지 않은 딜레마에 놓인다. 상단 시장을 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규제를 완화하면 자금이 다시 핵심 지역으로 쏠리며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동시에 지방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은 실수요 기반이 약해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전국 집값 상승'이나 '부동산 회복'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현재의 시장은 서울 핵심 고가 아파트 시장과 그 외 지역 시장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중 구조다. 한쪽은 과열과 자산 축적의 속도를 높이고 있고, 다른 한쪽은 침체와 자산 가치 정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나타난 14배 격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주거가 더 이상 '사는 공간'이 아니라 '계층을 가르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다. 초양극화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올해 부동산 시장은 가격보다 구조 변화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값의 문제는 결국 사회 구조의 문제다. 서울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 고가와 저가의 간극이 계속 벌어진다면 주거 불안은 자산 불평등으로, 자산 불평등은 다시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수치로 확인된 '초양극화'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경고 신호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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