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위축 부르는 배임죄…경제계 "법적 기준 명확히, 전면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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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 위축 부르는 배임죄…경제계 "법적 기준 명확히, 전면 손질해야"

폴리뉴스 2026-01-26 15:04:48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8개 단체가 배임죄 제도 전반에 대한 전면 개편과 명확한 법적 기준 수립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며,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긴급 호소에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6일 '배임죄 개선을 위한 경제계 호소문'을 발표하고 국회와 법무부에 건의서를 전달했다.

경제계는 호소문에서 배임죄의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배임죄는 처벌 대상과 범죄 구성요건이 불분명해 경영진의 합리적 판단조차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업인들은 신산업 진출이나 과감한 투자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기업가 정신을 저해하고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계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력한 경제형벌로서 배임죄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준다고 평가하며, 외국 기업인들도 한국 시장에서 투자 결정 하나만으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가 제시한 개선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먼저, 형법·상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를 전면 재검토해 경영 부담을 가중하는 조건 없이 조속히 개편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과 영국처럼 사기나 횡령죄로 규율하거나, 손해 발생과 관련된 문제를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전면 개편이 어려운 경우 개별 법률로 대체 법안을 마련하되, 독일과 일본 사례처럼 적용 대상과 처벌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모호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제계는 구성 요건에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명확히 포함해, 고의적 위법 행위만 처벌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재산상의 손해 발생'이라는 기준도 현실적인 손해가 실제로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 손해 발생 우려만으로 배임죄 기소가 이루어지는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디스커버리 제도 등 기업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제도는 신중히 논의하라는 요청도 포함됐다. 경제계는 "징벌적 손배나 디스커버리 제도의 무분별한 적용은 경영 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법적 안정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도 핵심 요구 사항으로 꼽혔다.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 의무가 주주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이사들의 사법 리스크가 증가한 상황에서, 전문적 경영 판단을 인정하고 불필요한 소송 위험을 완화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기업 혁신과 투자 촉진에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 경제계의 설명이다.

경제계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합병 등 경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며, 예외 적용 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소문에서 경제계는 "배임죄 개편과 경영 판단 원칙의 명문화가 이뤄지면 법적 기준이 명확해지고 예측 가능한 법 집행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곧 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투자와 혁신을 촉진해 잠재 성장률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배임죄와 같은 모호한 형사 책임 규정이 기업 의사결정을 위축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기술 개발, 신사업 진출, 해외 투자 등 전략적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으면 장기적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경제계 호소는 단순한 형벌 완화 요구를 넘어, 기업 활동과 투자 환경을 안정화하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평가된다. 법무부와 국회가 이에 어떤 형태로 응답할지 주목된다. 명확한 규정과 경영 판단 원칙의 입법적 반영 여부는 향후 한국 기업의 투자 환경과 글로벌 경쟁력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이번 호소는 국내 기업의 경영 현실과 국제 투자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제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영 판단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이 미래 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 적극적인 도전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배임죄 전면 개편 논의는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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