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생명체 속에 혁신당의 DNA가 섞이는 것이 아니라 그 DNA가 보전되고 증폭돼야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을 두고 25일 페이스북에서 던진 일성이다.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여부가 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조 대표가 '정치적 DNA'를 강조하며 선명성을 부각하는 배경에는 당의 정체성 상실에 대한 경계심과 향후 합당 협상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26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서왕진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상세히 소개하며 흡수합당론을 경계하고 나섰다.
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의 'DNA가 잘 섞이게 될 것'이라는 언급은 본심과 관계없이 흡수합당론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통합 논의 시작 전부터 이러한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이 발언을 직접 게시한 것은 민주당 주도의 일방적인 흡수 합당 가능성에 분명한 선을 긋고 논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 원내대표는 또한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어야 한다"며 "시스템 에러를 일으키는 DNA를 제거하고 새로운 혁신의 DNA를 만드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 대표가 "어떤 경우에도 정치인 조국과 혁신당의 비전, 정치적 DNA는 보전돼야 하고 나아가 확대돼야 한다"고 지난 24일 밝힌 합당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응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미리 친 셈이다.
조 대표가 이처럼 '독자적 DNA' 수호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혁신당 지지층의 개혁 성향은 민주당보다 선명하고 강하다. 합당 논의 과정에서 당의 색채가 희석돼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할 경우 지지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혁신당 전체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양도세 정책에 동의하면서도 '토지공개념 3법' 제·개정이라는 더 강력한 처방을 제시한 것도 "우리는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서 개혁을 견인한다"는 정체성을 부각하려는 행보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도 엿보인다. 합당 방식과 시점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권과 당내 지분이 결정되는 만큼 서둘러 민주당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특히 정청래 대표의 제안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조 대표는 민주당 내 이견이 정리될 때까지 '가치 중심의 질서 있는 논의'를 강조하며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조 대표의 행보는 합당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혁신당 가치의 보전과 이식'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독자적인 정치적 DNA가 보전될 뿐 아니라 더 확장돼야 한다는 원칙에 기초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며 당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조 대표가 제시한 '혁신의 DNA' 수용 여부와 구체적인 통합 조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합당 문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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