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림픽은 배움이었다. 두 번째는 증명이다.
한국 스노보드가 아직 가보지 못한 높이를 향해 이채운(20·경희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위에 선다.
한때 ‘가능성’으로 불리던 유망주는 이제 국제 무대에서 분명한 경계 대상, 즉 ‘위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채운의 이름이 처음 각인된 건 만 14세였던 2020년이다. 국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아시안컵에서 현역 국가대표들을 연달아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단발성 이변이 아니었다. 당시 그는 기술 완성도와 공중 감각, 경기 운영 능력까지 고르게 갖춘 선수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한국 선수단 최연소로 출전했다. 결과는 18위. 상위 12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진출에는 닿지 못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경험은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세계 최고 무대의 압도적인 긴장감과 기준을 온몸으로 체득한 순간이었다.
성장은 곧바로 폭발했다. 2023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만 16세 10개월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역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올랐다.
동시에 이는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기세는 이어졌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을 모두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슬로프스타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주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는 기상 악화로 결선이 취소되며 예선 성적으로 순위가 결정됐고,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이어 왼쪽 무릎 연골판 제거 수술까지 겹치며 잠시 흐름이 꺾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채운은 멈추지 않았다. 2024년 말 스위스 전지훈련 도중, 그는 세계 최초로 ‘프런트 사이드 트리플 코크 1620’을 성공시켰다.
공중에서 세 차례 비틀고, 네 바퀴 반을 도는 초고난도 기술로 현재 실전에서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올림픽 무대에서 점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결정적 무기’다.
두 번째 올림픽에서 넘어야 할 벽은 분명하다.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와 도스카 유토다.
히라노는 소치·평창에서 연속 은메달을 따낸 뒤, 베이징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차지한 절대 강자다.
이제 이채운은 그들과 같은 무대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선다. 첫 올림픽이 꿈의 입장권이었다면, 두 번째는 결과로 말해야 할 시간이다.
가파른 성장 곡선, 세계 최초의 기술, 그리고 다시 찾아온 올림픽 무대. 이채운의 하프파이프가 이번에는 어디까지 치솟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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