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합당 논의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혁신당은 26일 합당 시 민주당 당명을 유지하겠다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하며 “합당을 제안한 쪽에서 비전과 예우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조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안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당명 고수 입장과 맞물려 흡수 합당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 사무총장은 합당 시 당명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당명은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갖고 있다”며 “민주당 70년 역사에는 수많은 정치 세력의 DNA가 새겨져 있어 그 큰 생명체 안에서 혁신당의 DNA도 충분히 섞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오해가 형성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통합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스템 에러를 불러온 낡은 DNA를 제거하고 새로운 혁신의 DNA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정치 개혁과 개헌, 토지 공개념 실현을 포함한 사회권 선진국 비전을 분명히 해 국민에게 ‘행복이 권리가 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 독재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법치주의가 권력의 도구가 아닌 시민의 방패가 되는 사법 개혁의 길을 끝까지 열겠다”며 “혁신당의 정치적 DNA가 훼손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크게 증폭돼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면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도 “(조 사무총장 발언이) 기분 나쁜 이야기이긴 하지 않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합당 논의가 양당의 이해득실이나 각 정당 내부 셈법에만 매몰된다면 국민들로부터 주목받거나 박수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과 지방선거 준비 부담 속에서 혁신당은 합당 논의에 나섰지만 당명 유지 발언을 계기로 논의의 초점이 ‘통합’이 아닌 ‘흡수’ 여부로 이동하면서 주도권은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당의 명분과 방향을 둘러싼 기본 입장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발언들이 먼저 공개되면서 협상 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우리는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혁신당이 강조해온 진보·개혁 노선과의 간극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양당의 정치적 성향 차이가 합당 이후 당 정체성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울러 혁신당이 소수 정당이자 여권 성향 정당이라는 위치 속에서 그간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에서 이번 합당 논의가 정체성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번 합당은 향후 협상 국면에서 양당이 정체성과 역할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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