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니아 주방의 앙헬 레온 셰프.
1 셰프가 재배한 수생식물과 플랑크톤을 활용한 ‘플랑크톤 라이스’. 3 시그너처 디시 ‘마린 베이컨’. 서비스 직전 토치로 겉면을 익혀 지방을 녹인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동쪽으로, 다낭에서 남쪽으로 쭉 선을 그으면 만나는 교차점에 나트랑이 있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라는 정보 때문에 한적한 바닷마을을 상상했으나 도착해서 마주한 풍경은 그와 달랐다. 높은 현대적 건물과 길게 뻗은 해변이 어우러진 활기찬 대도시. 베트남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라는 것이 나트랑의 첫인상이었다. 지명을 두고 흔히 나트랑이라 읽지만, 현지 가이드 톰이 알려준 실제 발음은 ‘냐-쟝-’에 가까웠다. 그 소리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1월, 나트랑을 찾았다. 목적지는 바닷가의 럭셔리 리조트 ‘빌라 르 코레일, 그란 멜리아 호텔(Villa Le Corail, A Gran Meliã Hotel, 이하 빌라 르 코레일)’이다.
1 바다가 내다보이는 그란 오션 빌라의 프라이빗 풀. 2 그란 오션 빌라의 마스터 베드룸 내부.
산호를 품은 바다, 그 곁의 리조트
그란 멜리아는 스페인의 유명 호텔 체인 멜리아 그룹 산하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로, 전 세계에 15곳뿐이다. 그중 동남아시아 최초의 그란 멜리아 컬렉션으로 2023년 빌라 르 코레일이 문을 열었다. 앞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산이 둘러싼 입지에 스페인풍 디자인을 접목하니 우아하고 호화로운 리조트가 탄생했다. 전 객실이 빌라 형태에 개별 인피니티 풀을 갖췄으며, 부지 내 프라이빗 해변만 세 곳이라 평온하고 여유로운 휴식에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여러 그룹이 모이는 단체 여행에 추천할 만하다. 러쉬 빌라, 라군 빌라, 그란 오션 빌라는 모두
2층 구조지만, 개별 객실이 분리되어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예컨대 3대가 함께하는 가족 여행이라면 카드키를 공유할 수도, 커플 모임이라면 분리하여 ‘따로 또 같이’ 빌라 전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점은 해양 생태계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다. 빌라 르 코레일은 코라일(Corail), 즉 산호 심기에 앞장서고 있다. 투숙객에게도 열려 있는 산호 재생 워크숍에 참여했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해변으로 이동해 손가락 길이의 어린 산호는 프레임에 고정했다. 미끈거리는 점액질을 내뿜는 것을 보니 산호가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설명이 비로소 와닿았다. 이내 전문 다이버가 산호를 바닷속으로 옮겼다. 링크를 통해 내가 심은 산호가 자라는 모습을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다.
1 달랏 지역 토마토를 활용한 잿방어 카르파초. 2 사프란 소스를 곁들인 나트랑 랍스터 요리.
앙헬 레온의 특별한 디너
빌라 르 코레일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경험은 바로 미식이다. 리조트에는 레스토랑이 세 곳 있다. 스패니시 레스토랑 ‘히스패니아’, 가이세키와 테판야키를 선보이는 일식당 ‘시부이’, 그리고 베트남 로컬 퀴진과 각국의 퓨전 요리가 어우러진 올데이 다이닝 ‘나투라’다. 그중 시그너처 레스토랑인 히스패니아는 스페인 브랜드라는 정체성에 걸맞은 정통 스페인 퀴진을 선보인다.
지난 1월 5일, 히스패니아에 스페인의 유명 셰프 앙헬 레온(Ángel León)이 등장했다. 단 한 차례의 디너 이벤트를 위해서였다. 앙헬 레온 셰프는 지속 가능한 요리를 제안하는 혁신가이자 ‘바다의 셰프’라 불리는 생선 요리 전문가다. 그가 이끄는 레스토랑 ‘아포니엔테(Aponiente)’는 미쉐린 3스타와 그린 스타를 획득했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안달루시아의 항구 도시 카디스에서 성장한 셰프에게 생선과 해산물은 익숙한 재료였다. 그는 어선에서 일하며 스페인에서만 매일 4만 톤 이상의 생선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활용할 방법을 강구했다. 그가 생선을 되살린 방식은 독창적이다. 시작은 생선 살을 모아 샤퀴테리 형태로 가공한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눈알, 부레, 껍질 등 손질 후 으레 버리는 재료를 활용하고, 생물학 연구를 거쳐 플랑크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플랑크톤은 색깔에 따라 맛이 다르다. 초록색은 채소, 핑크색은 정어리, 갈색은 사프란 맛이 난다”는 게 셰프의 설명이다. 옛 밀 방앗간을 개조한 레스토랑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는데, 해양 농장을 조성해 식재료를 기른다. 팜투테이블처럼 이른바 ‘바다에서 테이블로(Sea-to-Table)’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짐작하듯 아포니엔테에는 요리사뿐 아니라 농부, 생물학자 등 여러 전문가가 함께한다. “바다가 새로운 식재료의 보고라는 사실을 발견하길 바란다”라고 셰프는 전했다.
앙헬 레온 셰프와 히스패니아의 키친 팀이 함께 준비한 이날의 디너는 7코스 테이스팅 메뉴로 구성되었다. 로컬 해산물 및 채소를 활용한 요리와 레온 셰프의 시그너처 디시인 ‘마린 베이컨’, ‘플랑크톤 라이스’가 차례로 등장했다. 농어 뱃살을 활용한 마린 베이컨은 식감과 기름진 풍미가 놀랄 만큼 베이컨과 흡사했다. 정보가 없었다면 생선임을 짐작하지 못했을 정도다. ‘플랑크톤 라이스’는 ‘바다의 쌀’이라 불리는 수생식물 거머리말과 플랑크톤을 활용한 해조류 리소토로, 주재료를 모두 아포니엔테에서 직접 재배했다. 김이나 감태 등의 해초에서 느낄 수 있는 바다 향과 씹으면 톡톡 터지는 해양 곡물이 어우러졌다. 단순한 대체 재료를 넘어 실험적인 맛과 식감에 눈뜬 경험이었다. 히스패니아에서는 갈라 디너 이후 3개월 동안 플랑크톤 라이스를 서비스할 예정이니, 이 독특한 대안 식재료를 맛보고 싶다면 늦지 않게 나트랑으로 향할 것.
취재 협조 빌라 르 코레일, 그란 멜리아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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