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출사표가 쏟아지고 있다.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분위기 속 민주 진영에서만 예닐곱명의 후보군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맥을 못 추리는 지금이 기회지만 대권주자 급행 티켓을 따기에 앞서 당원 100%로 치러지는 경선을 먼저 뚫어야 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전현희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앞서 김영배·박주민·박홍근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만큼 민주당 내에서만 벌써 다섯 명의 주자가 나왔다.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도 후발 주자로 거론된다.
붐비는 왼쪽
한때 김민석 총리 차출설도 제기됐으나 총리실은 단박에 선을 그었다. 총리실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최근 국무총리와 관련해 야당 국회의원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보도가 급증하고 있다”며 “(김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없음을 이미 누차 밝혀왔음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특정 종교 단체를 통해 입당원서를 받기로 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는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연임으로 선거 준비가 굳혀지는 분위기다. 현재 오 시장의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선뜻 출사표를 던지기 부담스럽다는 점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오 서울시장을 좀 이겨보고 싶다”고 말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본선 진출이 곧 당선’이라는 기류가 흐르는 모양새다. 오 시장을 꺾을 보수 후보가 전무한 만큼 일단 본선행 티켓만 따낸다면 서울시장 당선은 그보다 쉬울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서 1차 예비·조별 경선은 100% 당원투표로, 당원의 의중에 가까운 후보가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선명성 싸움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당원 주권 정당’이라는 기조에 발을 맞춰야 한다. 이후 치러지는 본 경선은 당원과 국민 여론을 각 50%씩 반영해 이뤄진다.
후보자 수가 많아지자 지방선거 후보자 예비경선에 토너먼트식 조별 경선 도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당내에서는 8~9명이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후보가 많다 보니 아마 조를 편성하게 될 것 같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각 조별로 한두명씩을 최종 경선에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 100% 경선 ‘첫 번째 난관’
자신하는 민주 “본선이 곧 당선”
권리당원의 한 표가 후보들의 순위를 가르는 만큼 민주당은 집안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후보들의 주 타깃은 오 시장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해 같은 편을 공격하는 등 네거티브 공세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같은 편을 공격하는 현상은 정당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웃으면서 시작한 후보 토론회가 설전으로 번지면서 계파 싸움으로 끝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이낙연 후보 간의 ‘명낙 대전’이 벌어졌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약점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건드리면서까지 공격에 나섰지만 결국 패배했고, 이후 경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개딸(개혁의 딸)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후 이낙연 후보와 그의 세력이 탈당하는 등 민주당이 두 쪽으로 쪼개졌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은 탄반(탄핵 반대)파와 탄찬(탄핵 찬성)파로 나뉘었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차기 지도 체제를 두고 친한(친 한동훈)계와 친윤(친 윤석열계)로 갈라지더니, 여전히 봉합되지 못하고 파열음만 새어나가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정권교체 후 첫 선거다. 아직 ‘탄핵 프리미엄’이 유효한 상황에서 민주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당이든 상대방을 꺾기 위해서는 우선 내 진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돼야 한다”며 “가상 대결을 보면 모든 민주당 후보가 오 시장보다 우위다. 결국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는 경선에서 파열음이 생기더라도 ‘어차피 다 내 표가 될 텐데’라는 생각으로 당내 1등만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진표가 확정되기 전이지만 당은 집안싸움 불똥이 청와대까지 튀는 걸 우려하고 있다. 현역 의원이 다수 출마하는 만큼 각종 의혹으로 당이 발목 잡힐 경우,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판사판” 여야 가리지 않는 내전
‘명낙 대전’ ‘한 축출’ 사태 우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아직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만큼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흔들 변수로 본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해 12월 26∼27일 서울 시민 8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 구청장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중 지지율 1위(30.8%)를 기록해 2위 박주민 의원(13.1%)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정 구정창이 단숨에 몸값을 올린 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SNS로 그를 공개 칭찬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정 구청장을 공개 칭찬한 것에 대해) 지방선거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한번 띄워진 이름이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주자 간의 힘이 59대41 정도로 차이가 났을 때 (민주당 후보가) 1, 2위를 다퉈볼 만하지,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로 같은 편을 때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라는 게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무엇보다 정 구청장은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다”며 “2위 하고 싶어서 나오는 후보가 어딨겠나. 치열하게 싸울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모습으로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경선을 통과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에 응답률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선 이미 경고등이 울렸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인 탓에 하위 20% 평가 결과 등을 앞두고 후보들 간의 견제가 과열된 탓이다.
불씨 진압
이에 민주당 중앙당은 17개 시도당 위원장에게 ‘지역위원회 및 공직자, 주요 핵심 당원 활동 지침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 간의 단합을 당부했다. 공문에 따르면, 중앙당은 “지선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출마 예정자들 간 과도한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무분별한 홍보 등으로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행위가 보고되고 있다”며 이를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 당원 간 단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벌해 당의 기강을 확립하고자 한다”며 “주요 당직자와 출마 예정자들은 언행에 각별히 유의 해주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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