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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습니다. 23일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만 하루 만에 나온 전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의견을 내기도 전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먼저 단안을 내려 당 부담도 덜어주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혜훈 사태가 생각보다 빨리 정리되면서 이에 대한 배경에 궁금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먼저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음을 내비쳤습니다. 청와대는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당초에는 오는 26일 인사청문회 결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보고 (지명 철회 여부를) 판단하자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런데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소명이 확실하게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청문회 결과 보고서 채택 여부가 조금 불확실해서 시간을 더 끌 수가 있고 다음 주 내내 이 사안에 둘러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이 후보자 임명이) 어렵다면 빨리 결정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 특유의 속전속결 국정운영 방식입니다. 이 대통령은 퇴근할 때 책상 위에 보고서를 쌓아두고 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할 일을 미루며 상황을 기다리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하는 편입니다. 이번 이 후보자 지명 철회도 ‘어차피 잘라 낼 거면 빨리 결정해서 수습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앞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인사청문회 이후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수집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분위기도 전달됐는데 대부분의 의원들이 ‘아무리 통합이지만 이혜훈 건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는 보고서 채택 불발에 그치지 않고 부적격 보고서를 내는 최후의 저항까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여당의 부정적 기류도 이 대통령의 결정에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뿐 아니라 이 대통령 또한 이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토로한 것도 자신의 결단을 미리 내비친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이혜훈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스스로 헤쳐 나가지 못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쉴드 불가’를 외치며 후퇴를 선언한 셈이 됐습니다. 이혜훈 후보자는 3선 이후 이렇다 할 정치 경력을 이어가지 못해 이번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를 마지막 공직 기회로 보고 이를 악물고 버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혜훈 후보자가 욕심을 너무 많이 냈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특히 3선을 거치며 웬만한 개인사까지 꿰고 있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많아 지명 직후부터 참모 갑질 의혹 등이 터져 나오며 이 후보자 임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권력의지도 대단했습니다. 내무부 장관까지 지낸 정치인 집안의 며느리라는 ‘이력’ 때문인지 이 후보자는 예상치 못한 답변까지 내놓으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주택청약 관련 의혹에 대해 아들의 지병과 결혼 직후 파경 이야기까지 꺼내들며 적극 해명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질의하던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오히려 당황하는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아파트 청약을 위해 용산의 25평 아파트에 5명이 거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나는 마루에서 잤다’며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이 답변을 듣던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아무리 자리가 탐나지만 국민을 우롱하는 답변까지 태연하게 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 부적격이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특히 장남의 연세대 기여 입학에 대해서는 할아버지의 청조무공훈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대답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해명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이 후보자의 각종 해명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맞지 않거나 누구도 확인할 길 없는 가정사의 민감한 비밀까지 꺼내들며 결사항전을 하는 모습에서 애처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혜훈 후보자로서는 최악의 결과지를 받아든 셈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면서 개인의 명예가 실추된 것은 물론 정치생명마저 끊길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향후 기관장 자리에 앉혀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국민 정서 상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주택청약 아파트도 취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금전적 피해까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좀 더 버티며 이혜훈 후보자의 퇴로를 조심스럽게 열어주는 것이 정치적 도리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이 너무 매정하게 일찍 잘라내 버려 이 후보자에게는 최악의 ‘한겨울밤 꿈’이 돼 버린 것입니다.
한편 이혜훈 후보자 낙마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청와대 여당의 책임론이나 비판 이야기는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이 후보자 사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통합이 우선이냐, 개인적 자질이 우선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통합에 방점을 찍으며 임명 강행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번째 장관급 후보자의 낙마입니다. 청와대의 검증 능력에 대한 정치적 책임 소재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대통령 책임이라고 하지만 사실 별다른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확인한 셈이라며 정무적 선택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여권 출신 인사였다면 이 대통령이 더욱 보호했을 텐데 이 후보자는 아무런 인연도 없기 때문에 너무 방치한 것이 아니냐”며 진정성 결여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혜훈 후보자를 두고 처음부터 ‘용도폐기용’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오랫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략 관계자는 “애초부터 이 대통령이 이혜훈 후보자 임명에 확신을 가지지 않았고 자신의 통합 정치를 시험해보려는 일종의 ‘버리는 카드’로 활용했던 것 같다. 기획예산처같은 중요한 자리라면 정무라인 등에서 굉장히 많은 후보자를 추천했을 것이다”면서 “그런데 하필 낙점 순위에서 가장 후순위로 밀릴 법한 보수인사를 뽑았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참모들은 정권 초기부터 무리한 통합 행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명을 강행한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이 낙마 가능성까지 두루 생각하면서 한번 던져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이혜훈 후보자를 잘라낸 것을 두고 사태가 빨리 수습돼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뻔히 낙마가 예상되는 인사를 내세워 청와대의 검증 능력에 불신이 가중되고 대통령의 통합정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는 기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통합 정치 추진에 대한 면밀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여야가 모두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 행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혜훈 후보자에게는 한겨울밤의 악몽으로 청문회 사태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통합 인사 실험이 남긴 첫 경고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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