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중심으로 한 로봇 자동화 전략을 가시화화면서 '로봇 노동의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공장 내 단순 반복 공정은 물론, 물류·검사·조립·유지보수 영역까지 로봇이 투입되면서 생산성 혁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노동시장 전반에 구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하는 반면, 노동계는 고용 감소와 임금 양극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단순한 자동화 설비가 아닌 '범용 노동 로봇'으로 정의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고정된 공정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했다면, 아틀라스는 시각 인식·자율 판단·정밀 조작이 가능한 '피지컬 AI'(Physical AI)를 기반으로 사람과 동일한 작업 공간에서 협업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틀라스가 투입된 시범 공정에서는 작업 속도가 평균 20~30% 개선되고, 불량률은 10% 이상 감소했다. 인건비 부담이 높은 야간·위험 공정에서 로봇 투입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차량 한 대당 제조원가를 5%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쟁점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다. 단순 조립·운반·검사 직무의 상당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기적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대형 제조기업의 로봇 밀도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질 경우, 향후 10년간 단순 생산직의 15~20%가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기업 측은 '대체'보다는 '전환'에 방점을 찍는다. 로봇 운영·유지보수·AI 학습 데이터 관리 등 새로운 직무가 늘어나면서 고급 기술 인력 수요가 확대된다는 논리다. 현대차그룹도 사내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로봇 운영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전환 속도와 개인의 적응 능력이다. 고숙련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 간 격차가 벌어질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노동 확산은 임금체계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 연공 중심 임금체계에서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할 가능성이 높다. 로봇을 다루는 고급 기술 인력의 몸값은 오르고, 단순 업무 인력의 상대적 가치는 하락하는 구조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로봇 도입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이익이 기업과 주주에게만 귀속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며 이익 공유 메커니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완성차 공장에서는 로봇 투입 규모와 속도를 놓고 노사 간 마찰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로봇 도입 시 사전 협의와 고용 유지 장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영진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신속한 자동화를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기술 도입 협약'(Technology Agreement) 모델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봇 도입과 동시에 재교육·전환 배치·고용 안정 방안을 패키지로 합의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검증된 로봇 노동 모델은 부품사·중소 제조업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게 로봇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 부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로봇 임대(RaaS·Robot as a Service), 정부 보조금, 공동 활용 센터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적으로 보면 로봇 노동은 국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노동 투입이 줄어도 산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소득 분배가 악화될 경우 소비 기반이 약화돼 성장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로봇 도입에 따른 '생산성 배당금'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지가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로봇세 도입, 사회보험 재원 확충, 평생 교육 계좌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무인 공장보다는 사람과 로봇이 역할을 분담하는 혼합 노동 모델이 주류가 될 것으로 본다. 로봇은 반복·위험·정밀 작업을 맡고, 인간은 창의·설계·관리·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아틀라스는 노동 모델 변화의 상징적 출발점"이라며 "생산성 혁신이라는 기회와 고용 충격이라는 리스크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향후 승부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제도·교육·분배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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