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주목하며 160억원 시리즈B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 900억원을 인정받던 에이슬립은 불과 18개월 후인 2024년 초 최고경영자(CEO) 교체설이 나올 만큼의 경영 위기에 몰렸다. 117억원 영업적자, 70명에서 30명으로의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위기는 경영권 분쟁까지 번졌다.
이로부터 9개월 뒤인 2024년 10월 에이슬립은 창업 이래 첫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2025년 1월에는 글로벌 기술력의 척도인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업가치가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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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잠 잘자는 방법 연구...에이슬립은 세 번째 창업
이동헌 대표의 창업 동기는 개인적 비극에서 출발했다. 이 대표의 아버지가 해외 출장 중 수면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대표는 "이후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어린 마음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짧은 시간에 잠을 잘 자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수면 효율에 집착하게 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AI) 분야 석사 과정에 진학한 이 대표는 세번째 창업만에 에이슬립을 안착시켰다.
첫 번째는 법률자문 서비스 플랫폼기업이었지만 내부 문제로 사업에 실패했다. 두 번째는 AI 기반 리튬배터리 폭발 예측 서비스 로보볼트(Robovolt)였다. 로보볼트에서 이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KAIST 연구실 선배 홍준기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지만 결국 비니지스 모델 문제 등으로 좌초됐다.
홍준기 현 에이슬립 CTO는 "배터리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모으기 어렵고 고객사가 한정돼 있어 빠르게 성장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2017년부터 매년 CES를 방문하며 슬립테크 시장의 성장을 목격한 두 창업자는 2020년 1월 CES에서 슬립테크 부스가 방문객으로 붐비는 것을 확인하고 확신을 얻었다.
같은 해 6월 KAIST 석사 동료 6명과 함께 에이슬립을 창업했다. 에이슬립(Asleep)이라는 회사명은 '수면과 관련된 모든 것(All About Sleep)'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에서 출발했다.
◇사업 영역 확대로 경영 악화…소프트웨어 사업에 올인
에이슬립은 창업 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창업 4개월 만인 2020년 10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2억5000만원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슬립은 6개월 후인 2021년 5월 인터베스트와 카카오벤처스가 참여한 17억5000만원 규모 시리즈A를 마감하며 기업가치를 10배 끌어올렸다.
정점은 2022년 3월이었다. △인터베스트 △카카오벤처스 △삼성벤처투자 △하나은행이 참여한 160억원 규모 시리즈B 라운드를 오픈 한 달 만에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약 900억원을 인정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았다.
에이슬립은 2021년 아마존의 국내 첫 협업 기업으로 선정됐다. 에이슬립의 주요 파트너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SK텔레콤(017670)은 2023년 9월 AI 비서 에이닷에 에이슬립의 수면 분석 기술을 탑재한 에이닷슬립 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생명(032830)은 2024년 6월 더헬스(THE Health) 앱에 수면 분석 기능을 탑재했다. △경동나비엔(009450) △세라젬 △현대건설(000720) △아마존 △알렉사까지 에이슬립의 고객사들은 한국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대기업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급격히 규모가 확대되는 적자가 숨어 있었다. 2020년 1억3000만원이었던 영업적자 규모는 2021년 18억6000만원, 2022년 78억3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영업 적자 규모는 2023년에 116억8000만원까지 증가했다. 대규모 투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하드웨어 사업까지 병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에이슬립은 침대 옆 태블릿부터 조명까지 수면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의 복잡성과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그는 "하드웨어 사업 유지를 위해 조명 제품까지 만드는 상황까지 되니 비용이 급증했다"며 "한정된 자원으로 기업간거래(B2B),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병원간거래(B2H)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에이슬립은 2023년 하반기 벼랑 끝에 섰다. 시리즈B 추가 투자 유치는 투자 혹한기에 막혔다. 영업 적자 규모는 116억원까지 증가했다. 직원 규모는 70명까지 늘었지만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이 대표의 교체설이 언론을 탔다. 같은 달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70명이던 조직이 30명 이하로 절반 이상 감축됐다. 연구개발(R&D) 사업부가 정리됐고 B2C 슬립루틴 앱 스쿼드와 B2H 사업이 해체됐다. 남은 것은 B2B SaaS 사업뿐이었다. 하드웨어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소프트웨어에만 올인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창업자 간 분쟁도 있었다. 6명이 공동창업했으나 분쟁 끝에 이동헌 대표와 홍준기 CTO만 회사 경영을 맡게 됐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지분은 40%까지 상승하며 경영권이 안정화됐다. 홍준기 CTO의 지분은 10%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다른 CEO들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 그는 "제가 직원 면담을 일일히 다 했다"며 "떠나는 모든 직원과 직접 마주하고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등 유명 스타트업에서 보상금도 주지 않은 채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정리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명백히 다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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