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25일(한국시간) 모로코의 개 도살 현황을 보고했다. 디애슬레틱은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에 고급 호텔과 밤문화로 유명한 겔리즈 지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분홍빛 담장으로 둘러싸인 한 도살장이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디애슬레틱
[스포츠동아 백현기 기자] 2030년 월드컵 개최국 모로코의 어두운 이면이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25일(한국시간) 모로코의 개 도살 현황을 보고했다. 디애슬레틱은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에 고급 호텔과 밤문화로 유명한 겔리즈 지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분홍빛 담장으로 둘러싸인 한 도살장이 있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은 이어 “햇볕에 바랜 벽은 높고 단단해 보이지만, 먼지 쌓인 서비스 도로의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면 철제 고리에 걸린 고기 걸이와 바닥을 씻는 작업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오전 11시쯤이면 작은 흰색 밴들이 줄지어 도착한다. 밴 안에서는 긁고 울부짖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도시에서 사라지는 개들이다”고 덧붙였다.
모로코는 2025아프리카네이션스컵과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회 개최 도시 곳곳에서는 길거리 동물 ‘정화 작업’이 반복돼 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과 동물 보호 단체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둘 때마다 개와 고양이가 대규모로 포획·살처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등록 태그가 달린 반려동물조차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국제동물복지보호연합(IAWPC)은 모로코 당국이 독극물 살포, 총살, 굶김 등 잔혹한 방식으로 길거리 개를 제거해 왔다며, FIFA 같은 국제 스포츠 기구들이 직접 지시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폭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IAWPC가 수십 장의 사진과 증언을 담은 방대한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모로코 정부는 2025년 길거리 개 문제를 다루는 법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제안된 법안에는 길거리 동물을 고의로 죽이거나 학대하면 처벌하겠다는 조항과 함께, 먹이를 주거나 보호해도 벌금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민들의 최소한의 연민마저 범죄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션스컵 개막을 앞둔 지난해 말, 다른 개최 도시에서는 길거리 개들이 청소 차량에 실려 쓰레기 처리장으로 옮겨졌고, 며칠간 굶긴 뒤 불태워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여성은 어미 개와 강아지 여덟 마리를 풀어주기 위해 현장 책임자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녀가 본 좁은 철창 안에는 수십 마리의 개가 빽빽이 눌려 있었고, 빛과 공기조차 없는 공간에서 서로를 밟고 버티고 있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광견병 확산을 이유로 길거리 개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대량 도살은 오히려 ‘공백 효과’를 만들어 더 많은 미접종 개를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포획·중성화·백신·방사(TNVR) 방식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것이 국제 사회의 공통된 견해다. 모로코 정부도 2019년 TNVR 정책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총과 독이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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