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약학회지 논문, FDA·EMA와 비교 분석
위원 재정 정보·회의 공개 수준 격차 지적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해충돌 관리가 미국, 유럽 등 의약품 규제당국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장익 교수 등은 한국임상약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해당 연구는 각국 규제기관이 공개한 법령, 규정, 회의록 등 공개 자료에 근거해 수행됐다.
논문에 따르면 식약처,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각국 규제기관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운용하고 있다.
내부 심사만으로는 의약품 허가 등에 요구되는 과학적 쟁점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기관별로 보면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FDA는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EMA는 과학위원회(Scientific Committee)를 운영한다.
이들 자문기구는 위원 인적 사항 공개, 회의 운영 과정, 이해충돌 관리 등 사안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FDA와 EMA는 자문기구 위원의 상세한 이력을 모두 공개한다.
특히 FDA는 이름, 출생지, 학력, 경력, 학술 논문과 출판 실적, 연구비 수혜 현황, 강연 목록 등 이해관계와 전문성을 파악할 수 있는 상세 정보를 위원 위촉 즉시 자문위원회 웹사이트에 명시한다.
반면 식약처는 위원 이름과 전공만을 공개한다.
앞서 2018년 법원은 위원 정보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에 관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는데, 2024년 출범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여전히 성명과 전공만을 공개하고 있다.
논문은 "해당 정보만으로는 심의 결과의 대외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회의 운영 과정의 투명성에도 격차가 있다.
FDA와 EMA는 회의 일정과 안건의 사전 공지를 원칙으로 하나 식약처는 공공에 대한 사전 공지 의무가 없다.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회의 일정을 공지하고는 있지만 공지가 회의 직전이나 사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공적 참여 기회의 보장이 충족되지 못할 수 있다.
아울러 FDA는 회의를 생중계하고 회의록에서 발언자 실명과 발언 전문을 공개하지만, 식약처는 회의록에 발언자를 익명화하고 위원별 투표 결과도 공개하지 않는다.
논문은 "심의 결과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심의과정에서 전문가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현행 공개 수준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신약 허가와 관련된 안건을 심의할 때도 차이를 보인다.
FDA와 EMA는 이해관계자인 제약회사에 의견진술 기회를 반드시 부여하는 반면 식약처는 위원 동의가 있을 때만 의견진술 기회를 준다.
제약사는 허가 심의의 직접적 당사자인 만큼 위원 동의와 무관하게 의견진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논문은 강조했다.
이해충돌 관리의 엄격성 측면에서도 식약처는 미흡함을 보였다.
FDA와 EMA는 모든 위원이 자신의 재정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공개해야 하며 이해관계 경중에 따라 위원으로서의 참여 제한 정도가 달라진다.
식약처의 경우 직무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없음을 답하는 직무 윤리 사전진단서를 작성하는 데 그친다.
위원의 구체적인 재정 정보에 대한 신고 없이는 잠재적 이해충돌을 사전에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논문은 "연구 결과 식약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는 투명성 증대와 이해충돌 관리를 위한 구체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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