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수의 독서경영] ENFJ 성향의 기업, 신세계. 그들만의 성장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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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의 독서경영] ENFJ 성향의 기업, 신세계. 그들만의 성장 맥락

독서신문 2026-01-26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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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민 박사 Ph.D/경영계획학자<br>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br>경희대학교 창업학 지도교수(former)<br>
장기민 박사 Ph.D/경영계획학자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경희대학교 창업학 지도교수(former)

신세계는 유통기업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풍경과 생활방식을 재구성해온 기업이다. 이 기업의 성격을 MBTI로 해석한다면, 신세계는 ENFJ형에 가깝다. 외향적이되 무작정 확장하지 않고, 관계를 중시하며, 사람과 공간의 경험을 중심에 두는 전략가형 기업이다. 매출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가’이며, 신세계는 바로 그 성장의 맥락을 설계해온 기업이다.

신세계의 성장은 단순한 점포 수 확대가 아니라, 기업이 입지한 도시 지역사회의 맥락을 교체해온 과정이다. 서울 명동, 강남, 센텀시티, 스타필드가 자리한 하남과 고양, 수원에 이르기까지 신세계가 들어선 도시는 공통된 변화를 경험했다. 기존의 상업 기능 중심 공간이 ‘체류형 도시 생활 공간’으로 전환된 것이다. 쇼핑은 목적이 아니라 계기가 되었고, 문화·여가·교육·외식이 결합된 복합 경험의 장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지역의 유동인구 구조, 소비 패턴, 부동산 가치, 일자리의 성격까지 달라졌다. 기업 하나가 도시의 일상을 재편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신세계의 행보를 떠올리게 하는 책은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이다. 이 책은 도시의 생명력은 거대한 계획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고 걷고 관계 맺는 일상의 밀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신세계의 공간 전략 역시 이 관점과 닮아 있다. 대형 유통시설이지만 단절된 쇼핑몰이 아니라, 도시의 보행 동선과 생활 리듬을 끌어안는 구조를 선택했다. 결국 좋은 도시는 소비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한다는 제이콥스의 통찰이 신세계의 경영 전략과 맞닿아 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신세계는 ‘경험을 학습으로 전환하는 기업’이다. 단순 판매 인력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인재를 키워왔다. 사내 아카데미와 현장 중심 교육은 서비스의 표준화를 넘어서, 직원 스스로 공간과 고객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지역 문화기관, 미술관, 전시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통해 소비 공간을 학습 공간으로 확장했다. 이는 유통기업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조직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적 학습을 매개하는 교육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적 관점에서 신세계의 성장성은 유통업의 진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온라인 중심의 효율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신세계는 오프라인의 가치를 ‘비효율이 아닌 고차 경험’으로 재정의했다. 백화점과 복합몰은 물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관계를 맺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이는 유통산업이 단순 거래 산업에서 경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디자인 측면에서 신세계의 공간은 철저히 도시 친화적이다. 외부에서는 도시 스카이라인을 해치지 않도록 절제된 매스를 취하고, 내부에서는 채광과 동선을 통해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스타필드의 중앙광장, 백화점 내부의 갤러리형 동선은 소비자의 이동을 통제하기보다 유도한다. 이는 디자인이 지배가 아닌 안내의 역할을 할 때, 공간의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신세계의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질서를 택했고, 그 선택이 브랜드 신뢰로 이어졌다.

미래도시의 관점에서 신세계는 ‘생활 인프라 기업’에 가깝다.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교통, 주거, 문화, 여가가 연결되며 새로운 생활권이 형성된다. 이는 도시가 더 이상 행정구역이 아니라 생활권 단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세계가 들어선 지역은 단기적 소비 증가를 넘어, 장기적 도시 가치 상승을 경험한다. 기업의 성장이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말한다. 살아 있는 도시는 다양한 기능이 얽혀 있을 때 지속된다. 신세계는 이 원리를 기업 경영에 적용했다. 유통, 문화, 디자인, 교육, 지역경제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로 엮었다. 그 결과 신세계의 성장은 숫자가 아니라 맥락의 확장으로 나타난다.

신세계는 빠르게 커진 기업이 아니다. 대신 천천히, 그러나 방향성 있게 성장해왔다. 도시와 지역사회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 맥락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것이 바로 신세계 기업의 MBTI가 보여주는 본질이며, 이 기업이 여전히 성장 중인 이유다. 좋은 기업은 시장을 점유하지 않는다. 도시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신세계는 그 방식을 가장 정교하게 실천해온 기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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