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니코틴 중독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전자담배다. ‘연초보다 덜 해롭다’, ‘냄새가 없다’, ‘금연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인식 속에 전자담배 사용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바라보는 전자담배의 평가는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유선 교수는“전자담배는 금연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니코틴 중독을 연장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담배”라고 직격했다. 흡연 방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니코틴의 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전자담배 역시 중독을 유지시키고 심장과 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연초 흡연율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담배 업계는 이를 ‘위해 감축’이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조 교수는 “의학적 근거와는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하얀 연무를 수증기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니코틴, 중금속, 발암 가능 물질이 섞인 에어로졸”이라며 “형태만 다를 뿐 인체에 유해한 입자를 흡입한다는 점에서는 연초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부 흡연자들은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수치가 낮다는 점을 들어 ‘덜 해롭다’고 판단하지만 이는 위험한 단순화라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전자담배 유해 성분이 낮다고 강조하는 흡연자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 교수는 “특정 성분 하나가 줄었다고 해서 전체 독성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전자담배는 연초에는 없던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확인되기도 하고 가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 금속 입자가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담배가 심장과 폐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종합하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며 폐 기능 역시 저하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특히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의 건강 위험은 상대적으로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임상에서 가장 우려되는 유형이 이중 사용자이며 담배를 줄이기 위해 전자담배를 병행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 노출은 줄지 않고 있어 오히려 심혈관 질환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 수단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전자담배는 공식적인 금연 치료 기기로 승인된 바 없다. 실제 연구에서도 전자담배를 통해 완전한 금연에 성공한 사례는 제한적이라는게 의학계의 소견이다.
조 교수는 “많은 분들이 ‘일단 전자담배로 바꾸면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당수는 전자담배와 연초를 함께 사용하는데 이는 금연이 아니라 흡연 방식의 이동에 불과하다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전자담배가 청소년의 흡연 진입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등장한 초음파 방식 전자담배나 합성 니코틴 역시 안전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니코틴의 중독성과 생물학적 영향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기 때문이다.
조유선 교수는 마지막으로 “건강을 위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어떤 담배가 덜 해로운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니코틴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완전한 금연만이 건강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니코틴 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금연 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한 해, 타협이 아닌 ‘완전한 금연’이 필요한 이유다.
Copyright ⓒ 데일리 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