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누크 한때 전면 '블랙아웃'…"강풍 탓"
(누크=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독을 들이며 긴장 상태가 이어져 온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수도 누크 전체가 24일(현지시간) 밤부터 25일 새벽 사이 약 6시간 동안 전면적인 '블랙아웃'에 빠지며 시민 2만명이 불편을 겪었다.
그린란드 전력회사 누키시오르피트(Nukissiorfiit)는 정전 직후 페이스북에 강풍으로 인해 송전 장애가 발생했으며, 비상 발전소를 통해 전력 공급을 복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머무는 누크 시내 중심가 호텔에서도 이날 밤 10시 40분께 전기가 갑자기 나가며 일시에 사방이 암흑천지가 됐다.
이 호텔은 비상발전기를 동원한 덕분에 약 1시간여 만에 전력이 복구됐으나, 다른 곳들은 수 시간 동안 정전이 지속되며 한겨울에 난방까지 중단돼 추위에 떨어야 했다.
누크 남동쪽에 있는 부크세피요르드 수력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와 누크에 공급하고 있는 누키시오르피트는 "새벽 4시30께 전력이 복구됐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은 정전 직후 "누크에서 겨울철 이런 정전은 드물지 않은 일"이라며 "송전선이 강풍에 취약한 대형 피요르드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24일 누크 일대에는 겨울 폭풍이 덮쳐 바람이 거셌다.
누크에서는 2024년 12월 28일에도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 10시간 동안 전면적인 정전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등 겨울철 잦은 정전에 시달려 왔다.
이날 정전 직후 창밖을 내다보니 시내 전체에 불이 들어온 곳이 한 군데도 없었고, 차량들만 헤드라이트를 밝힌 채 드문드문 지나다니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는 수십 명의 투숙객이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물으며 웅성대고 있었다. 호텔 직원은 "누크 시내 전체에 전기가 끊겼다고 한다"며 복구까지는 몇 시간이 걸릴지, 아니면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황한 한 투숙객은 날이 밝으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때까지 전력 복구가 안 되면 비행기가 안 뜨는 것이냐고 물었다.
한 남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번 일이 최근 몇주 째 국제뉴스의 중심이 된 그린란드를 겨냥한 사보타주(파괴공작)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쪽에서는 그린란드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병합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위기대응 지침을 "실행에 옮길 기회가 왔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지난 21일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진 않겠지만 주민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닷새분 식량 비축, 건전지를 비롯한 비상 전력 수단 준비 등의 내용을 담은 지침서를 공개한 바 있다.
몇시간 동안 누크 시내 전체는 암흑에 빠졌지만, 일부 지역에는 초록색 오로라가 밤하늘을 밝혔다.
대규모 정전이 지나간 뒤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전력망 유지는 안보의 기본이라며, 이번 정전은 그린란드가 미국 관할로 편입돼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촌평도 나왔다.
하지만 기자가 접촉한 누크 주민 대부분은 늘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묵는 호텔 안내 데스크 직원은 "지형 특성상 바람이 거센 겨울철에는 정전이 잦다"며 "그래도 어제는 금방 끝난 편"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