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더듬더듬 빈약한 나뭇가지 타고 올라가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린
호박처럼
언제나 아찔한 하늘이
내 앉을 자리
공중그네를 타고 높은
아파트 벽에
밥도 그리고 옷도 그리고
아이의 학원비도 그렸습니다
엄마 배속에서 6.25라는 전쟁으로 빼앗긴
안개 속 같은 아버지 얼굴
만나게 되면
나를 알아보실까
넙적한 등으로
덥석 업어주실까
앉을 자리 기웃대며
바람 따라 70여년
봄 햇살처럼 안겨온
아버지라는 이름
주렁주렁 링거 매단 채
가냘픈 모르핀 줄로 이어가며
입원실 창 밖 너머
아무렇게나 붉은 물감 붓질한 석양 속에
남겨질 내 아들의 얼굴을
자꾸 그려보고 있습니다
황영이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제5회 ‘시인마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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