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문 앞에 선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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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문 앞에 선 소상공인

경기일보 2026-01-25 18:35: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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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상공인을 ‘경제의 뿌리’라 부른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이 살아나고 소상공인이 버텨야 국가 경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정부는 매년 다양한 정책자금을 마련해 창업과 경영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이 실제로 마주하는 현장과 제도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소상공인 중 상당수는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아이템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사람들이다. 혹은 이미 가게 문을 열었지만 매출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 잠시 숨을 고를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다. 생계의 불안과 가족의 만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하며 하루하루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시장공단의 대출확인서를 손에 쥐고도 신용보증기관 창구 앞에 서는 순간 다시 멈춰 선다.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은 ‘전년도 매출’이라는 하나의 기준이다. 정책은 통과했지만 신용의 문턱에서 다시 좌절을 마주하는 구조다.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업력이 짧은 소상공인에게 전년도 매출이 낮은 것은 실패가 아니라 출발의 증거다. 그럼에도 이 기준은 심사의 핵심 잣대로 작동한다. 결국 정책자금은 지금 가장 절실한 시점의 소상공인에게는 닿지 못하고 일정 규모의 매출이 있는 사업자에게만 의미를 갖는다. 정책의 취지와 현장의 현실이 어긋나는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좌절이다. “매출이 적어서 안된다”는 말은 단순한 기준 설명이 아니라 “지금은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하지만 정책자금의 본래 목적은 실패를 가려내는 데 있지 않다. 실패를 막아내고 가능성을 가진 이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기준이 명확하더라도 그 기준이 정책의 목적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재검토는 불가피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책자금을 관장하는 지역 일선 기관에서 느끼는 태도의 문제다. 제도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금융기관에서 떠밀려 이곳까지 왔다는 아이러닉한 훈수, 마치 준비가 덜 된 개인의 책임처럼 느껴지는 말투와 시선은 소상공인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자금을 요청하러 간 자리에서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 소상공인은 제도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된다. 소상공인의 애환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를 계산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매출이 없던 날의 한숨을 삼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정책자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다시 도전해도 괜찮다는 사회의 신호이자 국가의 응답이어야 한다.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자금이 현장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와 감독에 나서야 한다. 고객 접점 기관의 주관적이고 획일적인 심사가 소상공인을 두 번 울리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정책자금은 심사의 잣대를 들이대는 제도가 아니라 사업의 특성과 가능성을 함께 살피며 길을 열어주는 제도여야 한다. 창구는 배제의 문턱이 아니라 상담과 안내의 공간이 돼야 하며 일선 기관은 관리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소상공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네야 한다.

 

정책의 취지가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도, 그리고 집행하는 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회의 약속이며 국가가 미래를 향해 조심스럽게 내미는 손이다. 한 사람의 삶을 지키고, 한 지역의 온기를 살리며, 국민의 일상을 받쳐 주는 이 정책이 차가운 심사가 아니라 가능성을 품는 제도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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