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아이들의 공간이잖아요. 깔끔하고 편리해 보이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편의 아닐까요. 천편일률적인 ‘죽은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해방감을 느끼며 뛰어노는 ‘살아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수원 권선구 금곡동 엘지빌리지 놀이터 기획단’ 구성원들은 주민들이 2년 반 동안 직접 놀이터 개선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이 단지 놀이터에는 맨발로 모래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학년생들도 학원에 가기 전 잠깐 들러 각자의 놀이를 즐기고 아이들은 물을 부어 모래를 뭉치거나 구조물에 오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논다.
금곡동 엘지빌리지는 1998년 준공 당시 ‘보행자 중심·자연 친화 단지’로 설계됐다. 어린이 비율을 고려해 초기 놀이터는 나무와 밧줄 등 자연 소재 중심이었다. 그러나 2010년 놀이터는 주민들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획일적인 플라스틱 시설로 교체됐고 이후 바닥재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됐다.
2023년 놀이터 교체 시기가 도래하자 주민들은 ‘이번에는 직접 이야기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 동대표와 일반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13명의 ‘놀이터 기획단’을 꾸렸다. 김미혜씨(13기 입주자대표회장), 금귤(활동가명·동대표), 은하수(동대표), 고래(활동가명) 등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놀이터를 ‘아이들의 삶의 공간’으로 바라봤다. 월 2회 회의를 이어가며 방향을 잡았으며 한 달간 천막 부스를 운영해 설문과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학교를 찾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래놀이를 통해 놀이 방식도 관찰했다. 전문가 강연을 1년 넘게 이어가며 공부하는 한편 춘천 등 다른 지역 놀이터를 직접 찾아가 사례를 살폈다.
가장 큰 쟁점은 탄성 고무매트였다. 기획단은 유해성 논란과 냄새, 내구성 문제를 직접 확인했으며 주민들에게 탄성매트와 모래의 장단점을 공평하게 제시한 뒤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과반이 모래 놀이터를 선택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장문의 글로 설명하며 설득하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결국 아이들의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기획단은 1998년 이 단지를 설계했던 조경업체를 직접 방문해 설득한 끝에 당시 설계를 맡았던 인물이 회장이 돼 “젊은 시절 애정을 쏟았던 단지”라며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년 반의 과정을 거쳐 개선된 7개 놀이터는 2025년 8월 주민에게 개방됐다. 고운 모래, 곤충과 새 조형물, 오래된 나무와 어우러진 공간 등 놀이터마다 작은 이야기가 담겼다.
김미혜 씨는 “이 단지는 하나의 마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어른들이 함께 지켜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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