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통제 지역까지 들어가 군사작전 대리수행
"결국 이스라엘 배신"…장기적으로 역효과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자 전쟁 휴전으로 가자지구 내 작전이 제한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부에서 하마스에 대항하는 민병대들을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맞서는 가자지구 내 신생 민병대에 대해 광범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예비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들 민병대에 드론을 통해 공중 지원을 해주는가 하면 정보, 무기, 담배, 식량까지 공급해주고 있다.
일부 민병대원들은 다쳤을 때 이스라엘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과 민병대들의 협력 관계는 하마스에 대한 공동의 적대감에서 비롯됐는데, 이스라엘에 있어서는 유용한 도구로 여겨진다.
하마스와의 휴전 조건에 의해 가자지구 내부에서 이스라엘군의 행동 범위가 제한된 상황에서 민병대는 이스라엘군이 접근할 수 없는 하마스 통제 하의 지역까지 진출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 중 하나가 '대테러 기동 타격대'라는 단체로, 전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예방안전기구 소속인 후삼 알 아스탈이라는 인물이 이를 이끌고 있다.
아스탈은 이달 초 하마스 통제 지역인 알 마와시에서 경찰을 살해했다고 밝히며 추가 공격까지 예고한 바 있다.
아스탈은 영상 메시지에서 돌격 소총을 휘두르며 "우리는 하마스와 그 관련자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이 사람을 잡았듯 너희도 잡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스탈은 식량 외에는 이스라엘로부터 지원받은 것이 없으며, 자신들이 직접 해당 경찰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다른 민병대로는 야세르 아부 샤밥이 이끄는 '인민군'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군 대원들은 가자 남부 라파의 이스라엘군이 터널에 폭발물을 넣는 동안 하마스 대원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맡은 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의 가자 사단 작전 장교였던 야론 부스킬라는 이들 민병대에 대해 "그들이 하마스에 맞서 행동하면 우리는 그들을 감시하고 때로는 지원한다"며 "이 지원이란 정보 지원을 의미하며 하마스가 그들을 위협하거나 가까이 오려 하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라고 설명했다.
가자에 주둔했던 이스라엘군 예비역은 자신이 라파의 한 민병대에 물자를 수송하는 차량과 동행했다면서, 이 수송 차량 행렬이 매주 한 번 늦은 밤 차량 불을 끈 상태에서 물자를 옮겼다고 전했다.
원조 물자에는 식량, 물, 담배와 함께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실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밀폐 상자가 포함됐다고 이 예비역은 덧붙였다.
민병대원들은 자신들이 하마스 대원들을 살해했다며 소셜미디어(SNS)에 그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온라인을 통해 신규 대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민병대가 올린 영상에는 이들이 이스라엘군의 전투용 조끼를 입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소총을 쏘는 모습도 담겨있다고 WSJ은 전했다.
민병대 지도자들과 이스라엘·아랍국가 당국자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하마스에 대항하는 민병대원의 수는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민병대들이 가자지구를 오래 통치해온 하마스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민병대원들은 구호물자 약탈·범죄 이력 등으로 가자 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데다 민병대는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의 협력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민병대들의 협력이 가져올 역효과도 우려된다.
군사 분석가들은 가자지구 내 반(反) 하마스 민병대에 대한 지원이 과거와 같은 비극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레바논 내전 당시 이스라엘이 민병대 남레바논군(SLA)을 지원했는데, 2000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한 뒤 SLA는 바로 붕괴됐으며 대원들은 살해되거나 이스라엘로 피신했다.
민병대가 이스라엘을 배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군 예비역 소장인 사르 추르는 "민병대는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위해 이익을 추구한다"며 "배신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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