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현대자동차가 캐나다 정부가 제안한 절충교역과 관련한 당사자로 지목된 가운데 최근 대한항공도 이번 수주전에 ‘지원군으로서 참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업계에 따르면 CPSP 수주전에 참여 중인 한화그룹과 HD현대는 물론 현대차·대한항공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방산 특사단의 참여 요청을 받고 이를 검토 중이다.
방산 특사단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해군 고위급 관계자도 포함돼 있으며 CPSP 수주 지원을 위해 다음 주 캐나다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팀 코리아' 전략에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대한항공에도 지원을 요청하며 독일과의 치열한 2파전에서 막판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 대한항공, 봄바르디어 항공기 활용 전자전기 개발
캐나다 해군은 기존 노후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는 CPSP를 추진 중이다. 사업비가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이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숏리스트에 올라 오는 3월 사업 최종 제안서 제출과 상반기 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절충교역 제안에 따라 현대차와 대한항공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절충교역은 해외에서 무기·장비를 구매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 이전이나 부품 수출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을 의미하며 국가 간 방산 거래에서 주로 활용된다.
이달 초 캐나다는 절충교역안의 옵션으로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건립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한항공에 지원사격을 요청한 데에는 대한항공이 캐나다와 군용기 부문에서 협력 모델을 만든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르디어의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 6500'을 활용, 한국 공군의 항공통제기와 전자전기 체계 개발 사업에 참여 중이다.
◆ 한화오션, 캐나다 지사 설립·국방 전문가 영입
실제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공군의 전자전기(4대), 항공통제기(4대)를 모두 수주한 바 있다. 정부가 이러한 대한항공의 협력 이력을 고려해 CPSP 수주전에서 (대한항공이) 어느 정도 기여해 줄 것을 기대하고 방산 특사단에 참여를 제안했다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군용기 유지·보수·정비(MRO)와 민항기 구조물 제작, 무인기 개발 등 항공우주·방산 분야에서 수십년간 기술력과 운용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 중 공중 감시·지휘통제 체계 구축 및 운용 경험은 캐나다 측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분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 요청에 따라 당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보다 먼저 캐나다의 절충교역 대상으로 지목된 현대차그룹은 CPSP 수주를 위한 지원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캐나다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완성차 공장 설립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 방산업계, 절충교역 조건 강화 추세...자조적 반응
지난 1989년 현대차가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했지만 불과 4년 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캐나다 완성차 생산공장 신규 건설은 현대차 입장에서 여력도 별로 없지만 시장 규모 역시 연간 150만대 수준에 불과해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한화오션은 최근 CPSP 수주를 위해 설립한 캐나다 지사(한화디펜스 캐나다)의 지사장으로 현지 국방 전문가인 글렌 코플랜드 사장을 영입했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캐나다 해군 장교로 임관 후 작전 전술 장교, 초계함 부함장 등 22년간 복무하고 중령으로 전역했다.
전역 후 록히드마틴캐나다에서 핼리팩스 초계함 현대화 사업을 총괄했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지역 방산 기업 협회장을 지내면서 지방정부와의 협상과 교류를 통해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독일 TKMS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수주를 위해 노르웨이·독일 기업들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논의 중이다. 투자 패키지 논의에는 잠수함뿐 아니라 희토류·광업 개발, 인공지능(AI), 자동차 배터리 등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은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전문가는 "CPSP 수주전은 이제 한화오션과 TKMS 두 기업 간 경쟁을 넘어서 한국과 독일의 국가 총력전으로 번지고 있다"며 "한국의 국가 역량 패키지를 통해 더 강력한 산업적·외교적 메시지를 캐나다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에서도 이번처럼 절충교역의 비중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 국가에 자사 무기 체계를 수출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 최종 탈락한 모 방산기업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상대국이 내놓은 절충교역 조건이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던 것이 기억난다"며 "수주전에서 경쟁사인 유럽 방산기업에 졌지만 얼마 후 절충교역 조건을 다 맞추려다 자칫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차라리 탈락한 것이 다행"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절충교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안보실 주관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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