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상·분장으로 완성된 스타일…관객과 함께 부르는 앙코르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내가 아니면 누가 당신 음악을 사주겠어? 이제 아무도 안 듣잖아, 글램록."
하드록·로큰롤에 사이키델릭과 신스팝 등을 결합한 소리, 화려하면서도 중성적인 패션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글램록. 1970년대 초반 영국에서 유행한 이후 상업적으로 잊힌 이 록 음악은 제작자의 말대로 현재는 누구도 찾지 않은 유물이다.
창작 뮤지컬 '이터니티'는 잊혔던 글램록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영원함'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목 '이터니티'(eternity)는 '영원'을 뜻한다. 2024년 9월 초연했고 지난달부터 서울 놀(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재연하고 있다.
공연은 1960년대와 현재를 배경으로 블루닷과 카이퍼, 그들 곁에 항상 존재하는 신비한 인물 머머의 이야기를 그렸다. 블루닷은 1960년대 '모두가 사랑하고 모두가 증오하는' 글램록 스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에 인류를 대표하는 음악들을 실어 보내는 프로젝트가 발표된다.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영원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블루닷은 연거푸 새로운 작품을 내놓지만 외면당하고 대중한테서도 멀어진다.
몇십년이 지난 현재 카이퍼는 블루닷 음악을 선망하는 글램록 스타 지망생이다. 혼자이던 시절 곁에 있던 글램록은 카이퍼에게는 성경과 같지만, 대중에게는 오래전에 잊힌 음악이다. 글램록을 선보일 무대를 찾아 헤매던 그는 우연히 '마그네틱 하이웨이' 축제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글램록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넘버에도 주요하게 활용됐다. 전자 기타와 전자 바이올린 등으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한편, 사이키델릭의 몽환과 팝의 가벼움도 오간다. 인물의 감정은 강렬하면서도 절절하게 전달하고 듣는 재미도 선사한다.
"글램록은 의상으로 완성된다"는 극중 인물의 말처럼, 의상과 분장도 글램록 스타일로 꾸몄다. 노란색 장발에 반짝이면서도 슬림한 옷을 갖춘 블루닷은 얼굴에 진한 화장을 했다. 글램록의 선구자로 꼽히는 세계적인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를 떠올리게 하는 외양으로 무대를 보다 강렬하게 만든다. 여러 모니터가 장식된 세트와 형형색색의 조명은 무대에 독특함을 더한다.
우주선 안에 실어 보낼 '영원의 음악'에 블루닷의 음악은 결국 포함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이 영원하길 바란 블루닷의 소망은 좌절되고 글램록 음악은 더 이상 유행하지 못한다. 하지만 블루닷 음악을 기억하는 카이퍼가 있는 한, 블루닷은 시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된다. 블루닷과 카이퍼가 "나는 너 / 너는 나 / 사라지지 않아"라는 노랫말의 '이터니티' 곡을 부를 때 작품의 주제는 선명히 모습을 드러낸다.
색다른 커튼콜도 공연의 매력이다. 배우들은 작품 속 넘버를 들려주고 관객은 응원봉을 흔들고 같이 따라 불러 마치 록 콘서트에 온 듯한 재미를 준다. 공연은 오는 3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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