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출결제도 없어…치료 보다 출석 택한 정신질환 청소년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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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출결제도 없어…치료 보다 출석 택한 정신질환 청소년 '고난'

모두서치 2026-01-25 08:12: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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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김윤서(19·가명)양에게 '결석 처리'는 치료에 앞서 마주해야 할 부담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약 6개월간 통원 치료를 받아왔지만, 증상이 반복될수록 등교는 더욱 어려워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출결 기준상 정신질환은 신체질환과 동일하게 병원 진단서가 있어야 질병결석(병결)으로 인정된다.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별도의 유고 결석 기준은 없다.

김양은 "매번 정신과에 내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두통이나 몸살 같은 신체 증상으로 일반 내과 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진단서가 없을 경우 무단결석으로 처리된다.

결석 기록이 쌓이자 대입 계획도 흔들렸다. 김양은 "수시 전형에서는 출결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되기에 (대입에) 불리하다"며 "사실상 정시는 물론 재수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 불안이 크다"고 털어놨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고등학교 2학년 이지수(18·가명)양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양은 "생활기록부에 무단결석으로 남을까 봐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등교한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21차(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26.2%, 고등학생의 25.1%가 최근 1년간 2주 이상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4명 중 1명꼴이다.

같은 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유급이 확정된 학생 가운데 21.4%는 정신건강 문제를 사유로 들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청소년기 우울증은 등교와 학업에 대한 의욕 저하와 무기력이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외출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 극도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학생을 위한 별도의 출결 인정 제도는 사실상 부재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신질환만을 이유로 출석을 인정해 주는 제도는 거의 없다"고 했다. 현직 교사 A씨도 "입원이나 병결이 아닌 이상, 정서적 어려움으로 장기간 등교하지 못하면 결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출결 기준이 대입과 맞물리며 청소년들에게 이중의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출결은 여전히 일부 전형에서 성실성의 지표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입시에서는 결시가 있는 학생을 특이 사항으로 보고 성실성이나 인성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험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석으로 인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경험은 자기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번아웃이나 학교·치료기관에 대한 단절로 이어져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도 "출결 압박은 아이들에게 '또 실패했다'는 낙인을 반복해서 찍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행 병결 인정 방식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 이사는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은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결석할 때마다 병원에 가는 건 비합리적"이라며 "매번 증빙을 요구하는 방식은 경제적 부담일뿐더러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 역시 "진단서가 실제 치료나 회복을 돕기보다는 증명용 서류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에 특화된 출결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 이사는 "출결 문제로 자퇴나 검정고시를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는 교육 체계에서 이탈하게 만들어 아이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문가 소견과 기존 치료 이력을 종합해 출결을 인정하는 별도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출결 인정에 그치지 않고, 대체 학습이나 참여 장치 등을 함께 마련해 학습 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더해, 양 교수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출결 문제가 학생부나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나아가 교육계가 결석 일수 같은 정량 지표보다 치료의 지속성과 회복 과정, 학습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치료를 어떻게 이어왔는지,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학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정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학교의 역할도 출결 관리가 아니라 '회복 관리'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 역시 "외국 학교의 경우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배려가 입시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며 "정신질환을 결함이 아니라 회복의 서사로 바라보고, 그 과정을 평가 요소로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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