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인간은 더는 전쟁의 주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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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인간은 더는 전쟁의 주체가 아니다

독서신문 2026-01-25 06:00:00 신고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러시아군.(사진=타스 연합뉴스)

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이다. 무인항공기인 드론이 소형 폭탄을 장착하고 지상의 사냥감을 찾는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유유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지상에서 이동하는 한 무리의 사냥감을 포착한다. 드론이 지상의 사냥감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내 드론에 포착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지상의 사냥감들이 총을 쏘며 응수하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드론의 공격을 피하려고 일부는 나무 뒤에 숨기도 하고, 일부는 개활지에 납작 엎드리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사력을 다해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상공의 드론은 사냥감들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한다. 그리고 차례대로 폭탄을 투하하거나 목표물로 돌진해 자폭하며 사냥감을 모두 제거한다. 심지어는 부상자들이 한곳으로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폭발물을 투하해 일제히 제거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방송이나 유튜브,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드론이 인간을 사냥하듯 죽여나가는 장면 말이다. 그 속에서의 인간은 너무도 비참하고 나약하다. 이미 죽음이 정해진 말판의 병정 같다. 전쟁의 참상이야, 말로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냥당하듯 죽어 나가는 목숨은 전혀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기자는 이 장면을 목도 할 때마다 참담하다 못해 머리끝까지 화가 난다. 인간의 존엄성 파괴와 인간성 상실의 끝판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통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체 사망자의 약 70%가 드론 공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는 창설 이후 총 83만 2천 회의 출격을 통해 약 5만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직접 무력화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월 한 달 동안에만 약 3만5천명의 러시아군이 드론 공격으로 사살되거나 회복 불가능한 부상을 입었다는 발표도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부서져 있는 모습.(사진=타스, 연합뉴스)

이제 두려움도, 분노나 자비도 없는, 인간이 만든 전쟁 기계가 인간을 사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인간을 사냥하는 살인 기계, 드론의 책임일까? 그것을 사냥꾼으로 만들고 운용하는 인간의 책임일까? 당연히 우리 인간의 책임이다.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하면 더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성’은 ‘인간다움(humanitas)’, 즉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을 뜻한다. 그것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철학적 태도이다. 아무리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이라 하더라도 인간다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냥당하듯 그렇게 기계에게 생명을 빼앗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레구아르 샤마유는 자신의 저서 『인간사냥』에서 드론 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개념 자체를 '결투'에서 일방적인 '인간 사냥'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드론 전쟁을 일방적인 '인간 사냥'으로 규정하였으며 전통적인 군사 윤리(영웅주의, 용기, 희생 등)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원격 조종석에 앉아 수백,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조종사는 전장에서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죽음의 윤리'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기계의 사냥감으로 전락한 인간의 비인간적 죽음 말이다.

31일 러시아 드론 공격에 부서진 오데사의 아파트.(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오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살인 기계, 드론이 인간의 생명을 사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빼앗긴 생명에 책임지지 않는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현실에서 이렇게 자행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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