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박신혜를 수식하던 단어는 ‘캔디’였다. 가난과 시련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눈물을 훔치며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인물.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녀가 묵묵히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그 익숙한 수식어를 벗어던졌다. 이제 박신혜는 로프를 타고 건물을 활강하는 전사가 되고, 죄인을 심판하는 서늘한 악마로 분하며, 치밀한 숫자로 경제사범을 응징하는 ‘독종’의 얼굴을 하고 있다. 참는 대신 행동하고, 버티는 대신 응징하는 배우 박신혜의 짜릿한 변신 계보를 짚어본다.
〈시지프스: the myth〉 강서해 역
변신의 서막은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였다. 박신혜가 연기한 ‘강서해’는 고층 빌딩 사이를 로프로 활강하고 거구의 남자들을 맨손으로 제압하는 최강의 전사였다. 폐허가 된 미래에서 생존술을 익힌 그녀는 누군가에게 구조되는 대상이 아닌, 세상을 구할 주인공(조승우)을 지키는 강력한 구원자로 나섰다. 박신혜는 이 작품을 위해 촬영 전부터 액션 스쿨에서 고난도 훈련을 소화했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통해 더 이상 ‘명랑하고 선한 주인공’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강렬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지옥에서 온 판사〉 강빛나 역
변신의 정점은 SBS 〈지옥에서 온 판사〉였다. 엘리트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유스티티아’를 통해 박신혜는 자신의 선한 외모를 역이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맑은 미소 뒤에 숨겨진 서늘한 독설과 가차 없는 응징은 안방극장에 전무후무한 쾌감을 안겼다. 법망을 피한 악인을 직접 지옥으로 보내며 단죄하는 모습은 박신혜가 지닌 반전 매력을 극대화했다. 우아함과 잔혹함을 오가는 그녀의 눈빛에서 과거 눈물짓던 캔디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졌고, 대중은 ‘악마가 된 박신혜’에게 기꺼이 환호했다.
〈언더커버 미쓰홍〉 홍금보 역
현재 방영 중인 tvN 〈언더커버 미쓰홍〉은 이 변신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증권감독원 최초의 여성 감독관이자 공인회계사 최고 득점자인 ‘홍금보’는 오직 실력 하나로 여의도 자본시장을 압도하는 ‘독고다이’다. 박신혜는 냉철한 이성과 능청스러운 변장 수사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을 주도한다. 경제사범을 숫자로 몰아붙이는 ‘여의도 마녀’의 카리스마와,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20세 신입사원 ‘홍장미’로 잠입해 보여주는 유연한 연기는 그녀의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상징한다.
Copyright ⓒ 바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