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가 깊어질수록 식탁에 오르는 메뉴도 달라진다. 국물 없는 식사는 어딘가 허전하고, 자연스럽게 라면을 찾는 횟수가 늘어난다. 늦은 밤 간단히 끓여 먹기 좋고, 추위를 잊게 만드는 온기도 있다. 문제는 식사가 끝난 뒤다. 남은 라면 국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싱크대 배관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무심코 반복한 습관 하나가 수십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을 넘는 수리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심코 버린 라면 국물, 배관 전체를 막는다
라면 국물을 싱크대에 그대로 붓는 행동은 배수관 막힘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겉으로 보면 물처럼 흘러내리지만 배관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전문가들 설명에 따르면 라면 국물 속 기름 성분은 배관 내부로 들어간 뒤 온도가 내려가며 빠르게 굳는다. 액체 상태였던 성분이 고체 덩어리처럼 변하면서 배관 내벽에 들러붙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물이 흐를 수 있는 통로가 점점 좁아진다.
실제 통계에서도 배관 문제는 흔하다. 작년 12월 6일 국가통계포털 생활환경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 약 70%가 하수구 냄새, 역류, 배수 지연 등 배관 관련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준공 10년 이상 주택의 배수관 내부 오염률은 신축 주택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특성상 내부 상태를 알기 어렵고,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이미 내부가 심하게 막힌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간단한 청소로 해결되기 어렵고 고압 세척이나 배관 교체로 이어지며 비용 부담도 커진다.
라면 국물 속 기름, 식는 순간 배관에 붙는다
라면 국물에는 팜유와 식물성 유지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스프 속 유지 성분이 더해진다. 이 기름은 섭씨 30도 안팎만 돼도 빠르게 굳는 성질을 가진다. 끓는 상태에서는 문제없이 흘러가지만, 차가운 배관을 만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싱크대 아래 U자형 트랩 구간은 물이 고여 있어 기름이 오래 머무는 구조다. 이곳에서 기름은 층을 이루며 배관 벽에 달라붙는다.
이 현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면을 먹을 때마다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시간이 지나면 기름층 위로 면 조각, 스프 찌꺼기, 세제 잔여물이 엉겨 붙는다. 배관 내부 표면은 점점 거칠어지고 물길은 더 좁아진다. 어느 순간부터 물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싱크대 아래에서 냄새가 올라오기도 한다. 여름에는 악취가 심해지고, 겨울에는 역류 위험이 커진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괜찮다는 말도 흔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다. 뜨거운 물은 기름을 잠시 녹일 뿐이다. 배관 깊숙한 곳으로 이동한 뒤 다시 식으면서 더 단단하게 굳는다. 문제를 겉에서 안으로 밀어 넣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막힌 위치가 깊어져 수리 과정이 더 까다로워진다.
라면 국물 버려야 한다면 순서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라면 국물을 싱크대에 버리지 않는 것이다. 남은 국물은 키친타월로 흡수해 일반 쓰레기로 처리한다. 면 조각이나 건더기는 거름망에 걸러낸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배관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부득이하게 싱크대를 사용해야 한다면 순서를 지켜야 한다. 먼저 라면 국물을 충분히 식힌다. 김이 거의 사라진 상태가 기준이다.
이후 찬물을 30초 이상 흘려 배관 내부 온도를 낮춘다. 찬물이 세게 흐르는 상태에서 국물을 한 번에 붓지 말고 여러 번 나눠 천천히 흘려보낸다. 물이 기름 입자를 감싸 희석된 상태로 이동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국물을 다 버린 뒤에도 찬물을 20초 이상 더 흘려 잔여물이 남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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