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근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인가 논란을 계기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제도 재정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금융당국 역시 해외 사례를 참고하며 제도 개선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혁신금융사업자 제도(규제 샌드박스)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검토하고 개선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영국과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규제 실험 제도를 비교·검토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 규제 체계로는 시도조차 어려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일정 기간 규제 특례 아래에서 실험해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규제가 엄격한 금융 영역에서도 혁신을 허용하자는 취지였고, 특히 초기 핀테크와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금융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샌드박스 기간을 마친 기업들의 '졸업 이후 경로'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는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장외 거래소 인가 논란과 관련해 "어떻게 결론냈느냐"고 질문하자 한성숙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를 4년 정도 잘 수행했는데 이걸 '잘 졸업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정의가 잘 안된 부분이 있는 거 같다"며 "이 부분은 좀 더 연구를 해서 향후 샌드박스는 다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은 국내와 다른 방식으로 혁신 사업자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규제 샌드박스 참여 사업자에게 처음부터 '스몰 라이선스'를 부여하되 사업 규모와 이용자 수 등에 엄격히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한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사업자의 역량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제한을 풀어주며 자연스럽게 사업을 확장(스케일업·scale up)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국은 이른바 'L-플레이트 법(L-plate law)'처럼 초보 운전 면허 개념의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며 "모집 인원 수나 이용자 수, 사업 규모에 제한을 둔 상태에서 사업자 역량을 시험하고 조건을 하나씩 풀어주며 기업이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규제 샌드박스는 제도 자체를 시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법·제도가 없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해 일정 기간 특례를 부여하고 시장성과 사업성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관련 제도를 정비한 뒤 다시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혁신 사업자 역시 제도화 이후 별도 인허가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하며, 샌드박스 참여 자체가 안정적인 사업의 지속으로 이어지진 않는 구조다.
이로 인해 상당수 1세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들이 제도화 문턱을 넘기 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후발주자나 대형 플랫폼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시장을 개척한 초기 혁신 기업이었음에도 정작 정식 장외거래소로의 승인은 후발주자 거대 플랫폼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의 제도는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방향성이 정해지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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