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소재 거시경제 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서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새로운 위험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바로 주식 발행 규모의 증가다. 이는 기업이 발행해 시장에 내놓은 주식을 투자자가 사들이는 물량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고객들 앞으로 보낸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AI 열풍에 힘입어 지난 몇 년 사이 총 주식 발행 규모가 급증해왔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 마허 이코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과거 시장의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때 으레 볼 수 있었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비금융 미 기업들의 총 주식 발행 규모는 닷컴 버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주식시장 랠리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마허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경고 신호 가운데 하나는 총 주식 발행액이 높고 계속 증가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이런 랠리들이 주춤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급증한 주식 발행이 결국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수요를 압도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AI 관련 거래가 더 잦아질 여지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마허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높은 주식 가치를 고려할 때 주식 발행 규모가 겉보기만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들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어서 전체적인 순 주식 발행액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마허 이코노미스트는 순 주식 발행이 닷컴 버블, 2007년 증시 랠리, 그리고 팬데믹 당시 증시 랠리가 정점에 달했을 즈음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랠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전조’다.
마허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기업들이 예상대로 상장할 경우 올해 순 주식 발행액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많은 기술 기업이 민간 자본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사모시장의 주식 발행 증가 역시 AI 거품이 꺼지기 직전의 신호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허 이코노미스트는 "비상장 시장에서 주식 발행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AI 버블 붕괴의 경고 신호가 그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적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다수 전문가는 2026년에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의 막대한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몇 년 동아 기술주 거품이 2026년에 붕괴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예측해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현재의 AI 투자 열풍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본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마켓 리서치팀의 도미닉 윌슨 수석 자문과 비키 창 매크로 리서치 전략가는 18일(현지시가)자 보고서에서 "증시가 아직 1999년 당시 국면에 완전히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AI 붐이 2000년대 초반의 광풍과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전개될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기술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지출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0년 정점을 찍었다. 당시 통신 및 기술 부문에 대한 비주거용 투자가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닷컴 붕괴 직전 몇 달 동안 이런 투자 지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기업 이익은 1997년을 전후해 정점에 이른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윌슨 자문과 창 전략가에 따르면 "수익성은 붐이 끝나기 훨씬 전 이미 정점을 찍었다."
이들은 "보고된 이익률이 비교적 견조해 보였지만 거시 지표상 붐 후반부에 수익성은 악화하는 반면 주가는 오히려 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썼다.
닷컴 버블 붕괴 직전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부채를 떠안았다. 기업 이익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거품이 터지던 시점인 2001년 정점을 찍었다.
윌슨 자문과 창 전략가는 "투자 증가와 수익성 하락이 맞물리면서 기업 부문의 재정 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오늘날 대다수 기업이 설비투자를 잉여현금흐름으로 충당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기업 이익 대비 부채 비율 역시 인터넷 버블 정점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1990년대 후반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인하 국면에 있었다. 이는 증시를 부양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골드만삭스는 "당시 낮은 금리와 자본 유입이 증시에 연료를 더했다"고 표현했다.
골드만삭스는 닷컴 붕괴 이전에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회사채 등 위험자산이 국채에 비해 얼마나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크게 인식할수록 그 폭은 넓어진다.
현재 신용 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윌슨 자문과 창 전략가는 이들 경고 신호가 1990년대 당시에도 닷컴 버블이 실제로 붕괴되기 최소 2년 전부터 나타났다며 AI 투자 역시 아직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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