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8개국을 겨냥해 예고했던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를 철회하면서, 유럽연합(EU)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보복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양측이 정면 충돌을 피하고 외교적 해법을 택하면서 미·EU 무역 갈등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워싱턴이 신규 관세 위협을 철회했으며, EU는 외교·정치적 수단을 통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EU가 총 930억 유로(약 160조 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추가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길 대변인은 “EU는 조치와 대응 조치가 끝없이 이어지는 악순환보다 대화를 통한 접근을 항상 선호한다”며 “미국의 관세 위협 철회로 미국-EU 공동성명 이행이라는 중요한 과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위는 2월 7일 만료 예정이었던 조치의 유예를 연장하는 제안을 곧 내놓을 예정이며, 해당 조치는 6개월간 추가 중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EU는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930억 유로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최대 3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과 EU가 무역 합의에 도달하면서 해당 조치는 오는 2월 6일까지 6개월간 유예된 상태였다.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그린란드에 대한 병력 파견 문제를 거론하며 덴마크·영국·프랑스 등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에 EU는 유예를 종료하고 대미 보복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미국이 관세 방침을 철회하면서 EU도 추가 유예로 대응 수위를 낮췄다.
다만 EU는 경계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길 대변인은 “(대미 관세 부과) 조치는 중단된 상태로 유지되겠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유예를 해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다시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단기적인 무역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미·EU 간 통상 마찰의 근본적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안보 이슈가 통상 문제와 결합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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