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명 중 1명은 틱톡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낸 회사에 지난 몇 년은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었다.
이 앱을 둘러싼 우려는 5년이 훨씬 전부터 제기됐다.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틱톡을 미국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이 앱을 사용하는 미국인 2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나아가 이용자 피드를 조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이른바 '프로젝트 텍사스'를 시작했다.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기업 오라클이 운영하는 미국 내 서버에 저장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본사를 싱가포르와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 '뿌리'와 거리를 두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당시엔 이런 조치들이 상당한 양보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2024년 미 의회는 법을 통과시켜, 바이트댄스가 지분의 과반을 넘기고 미국 내에서 틱톡 운영 방식도 바꾸지 않으면 앱을 전면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거래는 바이트댄스가 오라클을 포함한 새로운 기업 컨소시엄 산하에서 미국 앱 사업을 나머지 글로벌 사업과 분리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마무리됐다.
틱톡은 핵심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았지만, 이번 조건은 바이트댄스, 그리고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다른 중국 기술 기업들 역시 향후 직면하게 될 타협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미국과 중국 경쟁이 격화되면서 워싱턴과 베이징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서로의 기업을 제재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무역전쟁 국면에서 틱톡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손쉬운 카드'가 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중국은 자국의 조건에 맞춰 기술을 수출하는 동시에 더 광범위한 무역 협상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등 이번 결과를 승리로 규정할 수 있게 됐다.
바이트댄스는 미국의 2억 명의 사용자와 750만 개의 기업에 대한 접근 권한은 유지하지만, 틱톡의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은 잃게 된다.
대신 바이트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140억 달러(약 20조)로 평가한 계약을 통해 새로운 미국 법인에 알고리즘 라이선스를 부여할 예정이다.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켈시 치커링은 "틱톡의 강점은 '콘텐츠 그래프', 즉 수천 개의 사용자 신호를 학습하여 매우 관련성이 높고 중독성이 강한 동영상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에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합작법인이 미국 내 데이터로 그 알고리즘을 다시 학습시키면, 이용 경험은 달라질 겁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미국의 틱톡은 예전 같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변화는 광고주와 콘텐츠 제작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글로벌 바이럴 효과가 약화되면서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한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가 미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미국 전용 알고리즘은 이러한 현상을 약화시켜 브랜드들이 계약 조건을 재조정하거나 미국 시장 노출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틱톡의 2024년 전 세계 매출은 200억 달러(약 29조원)에서 260억 달러로 추산됐고, 그중 약 100억 달러는 미국에서 발생했고 광고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서 틱톡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이트댄스는 여전히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수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알고리즘 재학습은 바이트댄스의 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레스터의 기술 아키텍처·딜리버리 부문 수석 분석가인 찰리 다이는 "미국과 글로벌 차원에서 별도의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인력을 분산시키고, 거버넌스를 이중으로 돌리는 것은 엔지니어링 비용이 늘고 혁신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운영 복잡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의 경험
바이트댄스는 이전에도 정치·규제 난관에 직면한 적이 있다.
'틱톡 붐: 세계가 가장 좋아하는 앱의 내부 이야기'의 저자 크리스 스토켈-워커는 "당시 인도는 사용자 2억 명으로 틱톡의 최대 시장이었다는 점에서, 2020년 인도 시장을 잃은 건 미국에서의 잠재적 혼란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그 '타격'조차도 실제로는 그리 큰 타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이런 도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미국과 인도에서 벌어진 어려움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지정학적 긴장이 촉발 요인이었다는 점이다.
다만 인도의 금지는 틱톡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을 더 폭넓게 겨냥했고, 전국적으로 약 200개의 앱이 차단됐다. 그 금지로 인해 인도 토종 플랫폼들이 등장할 기회가 열리긴 했지만, 틱톡의 성공에 필적할 만한 플랫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에게 이번 틱톡 합의는 화웨이를 떠올리게 한다. 화웨이는 지정학으로 인해 글로벌 야심이 재편된 또 다른 중국의 기술 강자다.
하지만 두 사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핵심 5G 인프라 접근이 끊기면서 서방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반면 틱톡은, 바이트댄스에겐 제한적 조건이 붙었지만, 계속 운영이 허용됐다.
스토켈-워커는 이것이 정부들이 중국 기술 기업에 대응하는 방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어떤 기업은 완전히 배제되고, 또 어떤 기업은 운영을 허용받되 정치적·규제적 한계가 엄격히 설정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종 챔피언
틱톡이 해외에서 재편되는 동안, 바이트댄스는 중국 내 '자매 앱'인 더우인에 대해서는 전면적 통제권을 갖고 있고, 더우인 역시 중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더우인은 바이트댄스 사업의 핵심 축이다. 수익성이 높고, 정책 기조와도 정렬돼 있다. 뿐만 아니라 전면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는 주체가 바이트댄스이기 때문에 혁신도 이룰 수 있다.
한편 바이트댄스는 미래에 대비해, 데이터센터·클라우드·인공지능(AI)에 투자하며 광고 중심 소비자 앱을 넘어서는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 스토켈-워커는 틱톡의 곤경이 더 이상 데이터 보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누가 표현의 자유, 문화, 영향력을 통제하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트댄스는 미국에서 틱톡을 계속 운영하겠지만, 상당한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한은 중국 기술에 대한 규제 강화를 원하는 다른 시장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의 '라이선스' 방식이 베이징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환경에서 다른 중국 기술 기업들이 세계로 확장하는 방식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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