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 들어설 때마다 뿌옇게 얼룩진 거울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샤워 후에는 김까지 서려 도통 보이지 않는 거울. 이때 비싼 화학 세정제나 김 서림 방지제를 찾는 대신, 냉장고 속 채소 칸을 열어보자. 싹이 나서 먹기 곤란해진 감자나 요리하고 남은 자투리 감자 한 알이면 이 골칫거리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감자로 거울을 닦는 모습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오늘의 주인공인 감자는 훌륭한 천연 유분 제거제이자 코팅제다. 감자에 풍부하게 함유된 전분 성분 덕분이다. 감자의 전분 입자는 거울이나 유리 표면에 들러붙은 미세한 먼지와 기름때를 흡착하여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생감자를 반으로 자른 뒤, 절단면으로 더러워진 거울이나 유리창을 문지른다. 이때 하얗게 전분기가 묻어나는데, 잠시 두었다가 마른걸레나 신문지로 깨끗이 닦아내면 된다. 물 얼룩 없이 반짝이는 거울을 만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감자의 '김 서림 방지' 효과다. 감자 전분이 유리 표면에 아주 얇은 코팅 막을 형성하여 수증기가 달라붙는 것을 막아준다. 욕실 거울뿐만 아니라 겨울철 안경에 김이 서릴 때나 자동차 유리창 안쪽을 닦을 때 활용하면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달콤한 과육을 먹고 난 후 처치 곤란이었던 바나나 껍질도 훌륭한 청소 도구가 된다. 바나나 껍질 안쪽의 미끌미끌한 부분에는 '타닌' 성분과 천연 오일이 포함되어 있어 가죽 제품을 관리하는 데 제격이다.
가죽 구두나 소파, 가방 등이 낡고 광택을 잃었을 때, 바나나 껍질 안쪽으로 문지른 후 마른 천으로 닦아주면 된다. 껍질 속 성분이 가죽에 영양을 공급하고 자연스러운 윤기를 되살려준다. 또한, 식물의 잎사귀에 먼지가 앉아 뿌옇게 되었을 때도 바나나 껍질로 부드럽게 닦아주면 잎의 기공을 막지 않으면서도 반질반질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레몬과 귤껍질 /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상큼한 향의 대명사인 레몬이나 겨울철 흔히 나오는 귤껍질은 산성 성분을 이용한 청소에 탁월하다. 특히 '구연산' 성분은 물때 제거와 살균, 표백 효과가 뛰어나다.
하얀 행주나 도마가 김칫국물 등으로 얼룩졌을 때, 레몬 조각으로 문지르거나 레몬 껍질을 넣고 삶으면 얼룩이 연해지고 살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생선이나 마늘을 다듬은 후 손에 밴 냄새를 없앨 때도 효과적이다.
각종 음식 냄새가 밴 전자레인지 청소에도 유용하다. 그릇에 물과 함께 레몬 조각이나 귤껍질을 넣고 3~5분 정도 돌려주면, 내부에 수증기가 차면서 찌든 때가 불어나고 상큼한 향이 퍼진다. 이때 행주로 내부를 닦아내면 힘들이지 않고 냄새와 오염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다.
쌀뜨물로 기름기 제거하는 모습 /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쌀을 씻을 때 나오는 쌀뜨물 역시 그냥 버리기 아까운 천연 세제다. 쌀뜨물에 녹아있는 전분질과 각종 수용성 영양 성분은 훌륭한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여 기름기를 효과적으로 분해한다.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팬이나 그릇을 설거지할 때 쌀뜨물에 잠시 담가두거나 쌀뜨물을 이용해 애벌 설거지를 하면 세제 사용량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 또한, 김치통이나 반찬 통에 밴 냄새를 없애고 싶을 때 쌀뜨물을 가득 부어 하루 정도 두면 냄새가 놀라울 정도로 사라진다. 마룻바닥을 청소할 때 쌀뜨물을 적신 걸레로 닦으면 찌든 때가 잘 지고 바닥에 은은한 윤기가 도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입구가 좁고 긴 유리병이나 텀블러 내부는 솔이 잘 닿지 않아 세척하기 어렵다. 이때는 굵은 소금 한 줌이나 잘게 부순 달걀 껍데기를 활용해 보자.
병 안에 약간의 물과 함께 굵은 소금이나 달걀 껍데기를 넣고 힘차게 흔들어주면, 이 알갱이들이 연마제 역할을 하여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의 물때와 찌꺼기를 긁어낸다. 특히 굵은 소금은 도마 위에 뿌리고 문지르면 칼자국 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소독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식재료들은 그 용도를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화학 성분 걱정 없는 안전하고 강력한 살림 도구가 된다. 오늘 당장 주방 한구석에서 시들어가는 감자가 있다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작지만 확실한 이 살림의 지혜들이 모여 우리 집을 더욱 쾌적하고 건강한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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