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전통 금융의 수익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예대마진은 한계에 다다랐고, 빅테크는 금융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 앞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꺼내든 해법은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지원이나 투자 경쟁이 아니다. 기술을 선별하고, 함께 실험하며, 글로벌 시장까지 동행하는 생존 전략의 전환이다.
<뉴스락>뉴스락>은 2026년 금융권이 그리는 스타트업 육성의 최전선에서, 한국 금융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미래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를 짚어본다.
IBK기업은행, 스타트업에 2.9조 공급... 기술 금융 주도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국책은행의 역할을 벤처·스타트업 영역으로 확장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 성과를 기록했다.
2026년 현재 기업은행은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벗어나 기술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창업 육성 플랫폼인 'IBK창공'은 2025년 말 기준 누적 1158개의 혁신 창업기업을 발굴해 육성 중이다.
금융 지원 규모는 총 2조 9142억 원에 달하며 이 중 투자 및 투자유치가 2조 2257억 원, 대출 지원이 688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투자 유치 금액이 대출의 3배를 상회하며 모험 자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도 가시적이다. 2023년 설치된 독일 유럽데스크가 지난해 정규 센터로 전환되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센터를 개소하며 K-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멘토링과 컨설팅 등 비금융 지원 건수도 1만 5000건을 돌파하며 기업의 체질 개선을 돕고 있다.
2026년 1월 열린 CES 2026에서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권 중 유일하게 단독 부스인 'IBK혁신관'을 운영했다.
이곳에서 공개된 '신기술평가시스템'은 AI와 빅데이터로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분석해 재무 성과가 부족한 초기 기업도 기술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 우수사례로 꼽히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포트래이'는 CES 현장에서 다수의 글로벌 VC와 미팅을 진행하며 북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뤼튼테크놀러지스'와 '브이투브이' 등 7개 유망 기업이 부스에 참여해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기술력을 각인시켰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CES 2026은 IBK의 혁신금융 시스템과 이를 통해 발굴한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혁신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 허브 통해 'K-유니콘' 육성 가속화
KB국민은행이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인 'KB유니콘클럽'과 'KB스타터스'를 통해 차세대 유니콘 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스케일업 전략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매칭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KB유니콘클럽'은 2025년 5기까지 총 56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성과공유회에서는 소상공인 대상 BNPL(Buy Now Pay Later, 지금 사고 나중에 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일리페이'가 우수사례로 주목받았다.
데일리페이는 신용평가 모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신생 기업임에도 연 매출 25억 원을 달성하며 은행과의 상생 모델을 증명했다.
그룹 차원의 'KB스타터스' 역시 누적 394개 사를 선정하고 총 2814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KB금융 전 계열사가 참여해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제 금융 서비스에 도입하는 PoC(개념 증명)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기업의 시장 안착을 돕고 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은 싱가포르 허브를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02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데모데이에는 퓨리오사에이아이, 센드버드코리아 등 6개 유망 스타트업이 참여해 100여 명의 글로벌 투자자 앞에서 IR 피칭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현지 기업과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선박 연료 트레이딩 솔루션을 보유한 '씨너지파트너스'와 AI 신용분석 플랫폼 '앤톡' 등은 싱가포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단순 지원을 목표로 하기보다 비즈니스 브로커로서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스타터스는 지난 2015년부터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을 지원하며 국내 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해 왔다"며 "앞으로도 KB금융은 혁신적인 초기 창업기업과 중기 성장기업이 성장단계별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스케일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지역 거점 혁신 전략 적중... CES 최고혁신상 쾌거
우리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DINOLab)'이 지역 균형 발전과 글로벌 기술 검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수도권에 편중된 창업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산시킨 전략이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최고 영예를 안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금융그룹은 서울을 비롯해 경남, 충북, 전북, 부산 등 전국 6개 지역에 거점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지역 밀착형 육성 전략은 CES 2026에서 부산 1기 육성 기업인 '크로스허브'가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하며 가치를 입증했다.
최고혁신상은 출품작 중 상위 1% 미만에게만 수여되는 상으로 지방 소재 스타트업이 글로벌 핀테크 기술의 정점에 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크로스허브의 블록체인 기반 신원 인증 및 결제 플랫폼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해결하며 현지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지역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제 은행 서비스에 적용하는 협업 모델도 활발하다.
충북 1기 기업인 '테라파이'는 우리은행과 협업해 '우리WON뱅킹' 앱 내에 전세 리스크 분석 서비스인 '전세지킴이'를 출시했다.
이는 기술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은행의 고객 보호 기능을 강화한 모범 사례다.
이외에도 미세조류 활용 공기 정화 기술을 보유한 '포네이처스'(충북 2기), 온디바이스 AI 최적화 기술의 '옵트에이아이'(경남 3기) 등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우리은행은 2025년까지 총 219개 기업에 약 4045억 원을 직·간접 투자하며 지역 기술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옥일진 우리금융그룹 부사장은 "디노랩은 유망 기술 기업을 발굴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채널"이라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인내자본' 공급으로 ESG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하나금융그룹이 기술 혁신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는 ESG 중심의 스타트업 육성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하나 소셜벤처 유니버시티'와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가 그 핵심이다.
전국 30개 거점 대학과 협력하는 '하나 소셜벤처 유니버시티'는 지역 청년들에게 창업 교육을 제공해 실제 창업으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까지 총 5050명의 예비 창업가가 참여해 359팀이 실제 창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4기 대상을 수상한 '오션퓨처'는 해파리를 활용한 산불 피해 토양 복구용 비료를 개발해 환경 보호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했다.
이러한 소셜 벤처들은 기술적 난이도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 공급에도 적극적이다.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를 통해 2022년 이후 누적 52개사에 90.5억 원을 투자했다.
이 자금은 마중물이 되어 해당 기업들이 614억 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2025년 선정된 15개 기업은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커넥트브릭), 치매 예방 헬스케어(마인드허브), 폐자원 재활용(플라시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단순 기부를 넘어 투자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를 주류 금융의 한 축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유석 하나은행 기업그룹 부행장은 "2022년 사업 시작 이래로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매년 신청 기업이 늘며, 올해 역대 최다인 232개사가 신청다"며 "앞으로도 하나금융그룹은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모험자본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ESG 스타트업의 성장을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오픈 이노베이션' 원조... 일본·베트남 영토 확장
신한은행(신한금융그룹)이 국내 금융권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Shinhan Future’s Lab)'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과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6년 신한은행의 행보는 단순한 투자 성과를 축적하는 관성을 탈피해 그룹사와의 실질적인 협업과 전략적 해외 진출이라는 실리를 쫓는 모양새다.
2015년 출범한 신한 퓨처스랩은 2025년 말 기준 누적 투자금액 1023억 원, 협업 비즈니스 311건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선발된 11기 스타트업 31개사는 맞춤형 멘토링과 공동 사업기획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육성되고 있다.
이번 11기 운영의 핵심은 글로벌 분야의 강화다.
신한은행은 일본 최대 테크 전시회인 '스시 테크 도쿄 2025' 참가를 지원하고 베트남 현지 데모데이를 개최하는 등 일본과 베트남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6개 기업에 국가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 중이다.
이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을 직접 견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스타트업의 기술을 은행 내부 시스템에 이식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데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음성인식 AI 기업인 '리턴제로'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리턴제로의 기술을 활용해 AI 비서를 도입함으로써 본부 부서 및 영업점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제휴를 선정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은행의 디지털 전환(DT)과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결합해 실질적인 PoC(개념 증명) 성공 사례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신한 스퀘어브릿지'를 통해 에이닷큐어, 그린컨티뉴 등 바이오와 친환경 분야 딥테크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도 밀착 지원하고 있다.
타 시중은행들이 CES 2026에서 대규모 부스를 운영하며 홍보에 집중한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전략적 참관'이라는 차별화된 노선을 택했다.
전시를 통한 브랜드 노출보다는 글로벌 테크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해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 반영하겠다는 실리적 판단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AI와 데이터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전략부문' 실무진을 CES 현장에 파견했다.
파견단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기술 흐름과 금융 산업의 접목 가능성을 현장에서 점검했으며 확보된 인사이트는 신한금융의 미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 퓨처스랩은 육성부터 협업 연계,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 지원까지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스타트업 니즈를 면밀히 살피며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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