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빛나는 공간, 어두운 현장…런던베이글·젠틀몬스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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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빛나는 공간, 어두운 현장…런던베이글·젠틀몬스터의 두 얼굴

뉴스락 2026-01-24 09:43: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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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웨이팅 열풍의 진원지인 베이커리, 글로벌 패션 시장을 휩쓸고 있는 안경까지.

최근 소비 시장에는 경기 둔화의 파고를 뚫고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며, '히트 브랜드'로 급부상한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화려한 질주의 이면에 확장 속도를 감당할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채 운영 부담이 누적돼 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몇 개월 사이 일부 브랜드를 둘러싸고 노동 환경, 내부 인력 관리 등 관련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기도 했다.

사건의 양상은 서로 다르지만, 급격한 외형 성장 과정에서 쌓인 내부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은 공통된 흐름으로 읽힌다.

<뉴스락>은 시장을 매료시킨 히트 브랜드들의 성공 방정식과 이면에 가려진 현장의 그늘을 조명해봤다.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공간이 곧 마케팅'... 히트 브랜드의 성장 공식

이커머스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매의 존재감이 약해진 환경에서, 신흥 히트 브랜드들은 매장을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설계하며 쾌속 성장을 이끌어냈다.

제품 경쟁력에 더해 공간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하고, 이를 SNS 확산 구조와 연결하면서 짧은 기간 안에 수요를 끌어올린 것이 이들 기업의 유사한 성장 공식이다.

런던베이글 뮤지엄 안국점 전경. 런던베이글 뮤지엄 제공 [뉴스락]
런던베이글 뮤지엄 안국점 전경. 런던베이글 뮤지엄 제공 [뉴스락]

카페·베이커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도 '런던베이글 뮤지엄(LBM)'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21년 설립 당시 런던베이글 뮤지엄은 런던의 이국적인 감성을 강조한 공간 설계와 매장 디자인이 '인스타그래머블(사진 공유에 적합한)'한 소비 경험으로 인식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화제성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런던베이글 뮤지엄은 안국점 등 서울 일부 상권의 몇몇 매장에서 출발했지만, 주요 백화점과 대형 상권 입점으로 이어졌고, 이후 수원·인천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매장망이 확대됐다.

대기 수요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실시간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웨이팅이 가장 많이 발생한 매장으로 ‘런던베이글 뮤지엄 잠실점’이 꼽히기도 했다.

실적 성장도 가파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런던베이글 뮤지엄을 운영하는 LBM은 2023년 매출 약 360억 원, 영업이익 126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매출 796억 원, 영업이익 242억 원으로 각각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아이웨어 시장의 '젠틀몬스터(아이아이컴바인드)' 역시 글로벌 시장 선전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젠틀몬스터 지난 2011년 설립이후 설치 미술을 연상시키는 플래그십 매장과 전시형 공간 연출을 앞세워, 안경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매장을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블랙핑크 제니 등 글로벌 슈퍼스타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 도시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기반이 됐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젠틀몬스터 제공 [뉴스락]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젠틀몬스터 제공 [뉴스락]

현재 젠틀몬스터는 국내를 제외하고 파리와 밀라노 등 세계 4대 패션 도시를 포함해 15개국 4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구글(Google)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차세대 AI 디바이스 시장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뚜렷하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매출은 2022년 4100억 원에서 2024년 7891억 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지난해 기준 해외 법인 매출은 3156억 원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두 브랜드 사례는 업종은 다르지만,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경험 설계와 디지털 확산 구조를 결합해 성장을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전략적 흐름을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직접 체감하게 하는 미디어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젠틀몬스터는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브랜드인지 바로 느껴질 정도로 공간 자체가 메시지를 잘 전달하도록 설계돼 있고, 런던베이글 역시 브랜드 콘셉트가 매우 분명하다"며 "소매 공간을 단순 판매처가 아니라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전환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장과 관리의 시간차... 히트 브랜드에 쌓인 운영 리스크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빠른 매장 확장과 인력 증가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운영 관리와 근로 환경 전반에 대한 부담도 함께 커져 왔다.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던 히트 브랜드들이 최근 잇따라 노동 당국과 사정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르며, 급격한 외형 확장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부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매장 수와 인력 규모가 단기간에 팽창하는 과정에서 근로 환경 관리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성장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런던베이글뮤지엄(운영사 LBM)을 상대로 근로 실태 전반에 대한 감독에 착수했다.

같은 해 7월 발생한 매장 근무 직원 사망 사건 이후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연장근로 관리와 휴게시간 보장, 임금 지급 실태 등이 점검 대상에 올랐다.

감독 과정에서 일부 법 위반 정황이 확인되자, 노동부는 감독 범위를 LBM 본사와 일부 매장에서 전 지점과 계열사 18개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감독 강도를 높인 것이다.

특히,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당 법인에서 접수·승인된 산재 신청이 60건을 넘었다.

사태는 세무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12월 LBM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하며, 노동 문제와 별도로 외형 성장 과정에서 내부 관리 체계 전반이 함께 검증대에 올랐다.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스의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 역시 노동 당국의 근로감독 대상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젠틀몬스터 본사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했으며, 재량근로제 운영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관리와 휴가·휴게·임금 지급 등 노동관계법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디자인 직무 특성을 고려해 법령과 근로자 대표 서면 합의에 따라 재량근무제를 운영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디자이너들은 출퇴근 시간이 사실상 고정돼 있고, 업무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지시를 받는 구조에서 장시간 노동이 반복됐다고 주장하며 제도 남용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창의성이 필요한 직무 특성상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해 왔다"며 "지난해 10월부터 근로시간 관리와 인사 체계 전반을 정비하는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면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확장과 함께 가야 할 관리와 투자... 지속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

런던베이글 뮤지엄 내부 전경. 런던베이글 뮤지엄 제공 [뉴스락]
런던베이글 뮤지엄 내부 전경. 런던베이글 뮤지엄 제공 [뉴스락]

두 사례의 쟁점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급격한 스케일업 과정에서 관리 시스템이 뒤따르지 못한 구조'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매출과 매장 수,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커지는 동안, 인력 운용과 근태 관리, 내부 통제 체계는 비슷한 속도로 정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급성장 기업에서 노동과 운영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외형 확장과 관리 체계 구축 사이의 시차를 꼽는다.

출점과 생산 확대, 인력 충원은 비교적 빠르게 추진할 수 있지만, 근로시간 관리 체계와 교육 시스템, 현장 통제 구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수작업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자동화나 표준화로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인력 투입이 비례해 증가하고, 운영 부담이 현장 노동에 직접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은 개별 기업의 운영 미숙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축적된 성장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결국 노동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1960~70년대 고도성장기부터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규모나 산업 수준에 비해 노동 인권 보호는 여전히 취약한 편이고, 산업재해율과 사망률이 높은 구조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며 "최근 불거지는 노동 이슈 역시 특정 기업의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도 성장 우선주의가 내부 관리 투자를 후순위로 밀어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출과 출점 속도가 성과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되다 보니, 인사·노무 시스템 구축과 조직 문화 정착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 보완하는 영역으로 밀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단기간에 주목을 받으며 성장한 기업일수록 경영진의 시선이 출점과 매출 확대에 쏠리기 쉽다"며 "성장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부 시스템과 조직 문화 정착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법 역시 사후 수습이 아니라, 확장 전략과 동시에 관리 투자를 병행하는 구조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사·노무 전담 조직 강화,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 고도화, 현장 관리자 권한과 책임 체계 정비 등이 출점 전략과 함께 사전에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노동시간 규제나 산업안전 관리 강화를 노동자만을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아직 많다"며 "이런 제도는 결국 기업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를 지키는 투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권 보호를 비용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지키는 쪽으로 돌아오는 유익한 투자로 인식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교수는 "기업이 단기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성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성숙한 기업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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